월가 시위대가 아닌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에 의해 명동이 점령 당했다. 오는 4월6일까지 중국의 노동절 휴가, 일본의 골든 위크를 맞아 늘어난 관광객 때문이다.
주말인 28일과 29일 이틀간 찾은 소공동 롯데백화점·면세점 및 명동 거리 등 일대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쇼핑을 하는 중국인, 일본인들로 홍수를 이뤘다. 백화점, 거리 매장, 커피전문점에는 관광객이 가득찼고 매장 앞 보도블럭 위에는 쇼핑 중간에 쉴 장소를 찾지 못한 중국인, 일본인들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국내 최대의 쇼핑센터 명동이 차이나타운, 재팬타운으로 변한것 이다.
◇'한국 백화점'에서 파는 명품이 최고= 28일 오후 3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 안에서 중국인 수십명의 그룹이 몰려나왔다. 두손에 가득 짊어진 명품들은 한 눈에 봐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수준이다. 왕청청(32·디롄시)씨는 “한국 백화점의 명품은 진짜라고 믿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 샀다고 하면 본토에서도 알아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인 그룹은 구찌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자기 쇼핑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오 징(29·하남성)씨는 “한국 에 오면 항상 먼저 백화점부터 찾는다”며 “한국 방문만 벌써 3번째다”고 밝혔다.
명품을 구매한 이후에 중국인들이 발길을 옮긴 곳은 바로 1층 화장품 매장이였다. 1층 매장 앞에서는 종종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랑콤 매장 앞에서 한 여성 중국 관광객이 “너무 비싸다. 세일 안하냐”고 하자 랑콤 매장 관계자가 “여기는 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광객은 발걸음을 돌리고 이렇게 말했다. “면세점 Go Go!”
◇국내 화장품 브랜드 앞 장사진 이뤄= 롯데백화점 내 9층에 위치한 면세점. 편안한 쇼핑의 이미지 백화점이 아닌 시장을 연상케하는 전투적인 분위기를 연출케했다. 면세점 내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 때문이다.
특히 설화수, 라네즈, 헤라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 앞에서 관광객들은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여권과 비행편 번호가 적힌 종이를 가지고 경쟁적으로 화장품 구매에 열기를 올렸다.
다른 섹션에 위치한 페이스샵, 에띄드하우스와 같은 중저가 화장품에도 사람들이 몰려 매장 직원들은 진땀을 빼야만 했다.
기자가 지켜본 2시간 동안에도 고객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대학생 샤오지에(25·샹하이)씨는 “중국에서는 페이스샵이 비싼데 여긴 정말 싸다”며 “한국 화장품의 질이 참 좋다”고 강조했다.
반면 디올을 제외한 랑콤 등 해외 브랜드 앞에는 관광객이 거의 몰리지 않았다. 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해외에서 비싼 한국 화장품을 싸게 사기 위해 한국 화장품 코너에 몰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금 명동은 차이나·재팬 타운= 29일 아침 명동 거리는 길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관광객들로 진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스킨푸드 앞에는 관광객들이 길바닥에 그대로 앉아 그동안 산 품목 등을 점검하며 땀을 식히는 중국인들이 웃음을 자아냈다.
커피전문점 등 쉴 장소까지 다른 관광객들에 의해 가득차버린 탓이다. 한 관광객은 먹을 장소가 없어 금강제화 앞에서 컵떡볶이 들고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이들 관광객을 잡기 위해 ABC마트 직원들은 팻말을 길 중간에서 들고 중국인, 일본인들을 자신들의 매장으로 유도했다. 또 롯데면세점 직원도 명동 거리에 직접 나와 띠를 두르고 2PM의 얼굴이 나와 있는 팜플렛을 관광객들에게 나눠주며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도록 권유했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롯데 면세점 관계자는 “2PM 팜플렛을 보고 관광객이 먼저 물어보고 가져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대목인 만큼 명동 곳곳에 직원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의 쇼핑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