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텔레매틱스 개발 역사는 선진국과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일까? 텔레매틱스 원조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시스템 개발 역사를 비교하면 약 4년의 시간차가 있다.
미국 GM이 1996년 온스타 개발을 마친 뒤 1997년 첫 시제품을 내놓은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 개발을 마치고 2001년 첫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국내 텔레매틱스의 시초는 옛 대우자동차가 2000년 개발을 완료한 ‘드림넷’이다. 대우차는 1998년부터 100억원의 예산과 대우자동차판매, 대우통신, KTF 등과의 협력을 통해 드림넷을 개발했다. 드림넷은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하면 위치 정보 안내, 도난차 추적, 간단한 생활정보 전달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었다. 모습과 기능은 GM의 온스타와 비슷했다.
그러나 드림넷의 수명은 얼마 가지 못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대우차가 간판을 내렸고, 대우차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드림넷 사업도 접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질적인 국내 텔레매틱스 개발의 출발은 현대·기아차가 2001년 개발을 마친 ‘아톰’으로 볼 수 있다. ‘아톰’은 드림넷과 달리 별도의 단말기 없이 설계된 내장형 시스템으로 간단한 이메일 송수신과 인터넷 검색, MP3 음악 재생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능을 여럿 선보였다.
‘아톰’은 그랜저XG, 트라제XG, EF쏘나타, 1세대 싼타페, 옵티마 등의 차종에 장착돼 우리나라 텔레매틱스 시스템 역사의 힘찬 출발을 알렸다.
‘아톰’이 뿌리였다면 열매를 맺은 것은 ‘모젠’이다. 1997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03년 개발을 마친 모젠은 아톰이 갖춘 기본 기능에 교통 정보와 쌍방향 통신 전달은 물론 지상파 TV 수신과 실시간 지름길 안내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춰 큰 관심을 끌었다.
또한 SOS 콜, 긴급 구난 출동, 도난차 추적, 에어백 전개 자동통보 등 GM의 온스타와 유사한 기능을 선보였다. ‘모젠’은 현대·기아차의 텔레매틱스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고, 최근까지도 현대·기아차의 주요 차종에 반영됐다.
2G 휴대전화 시대가 3G와 4G 스마트폰 시대로 변화하면서, 텔레매틱스의 수준도 한 단계 진화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선진형 텔레매틱스 개발에 나섰고, 2012년 결실을 보게 됐다.
현대차는 KT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된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를 개발했고, 기아차는 SK텔레콤과의 협력을 통해 ‘블루링크’와 유사한 텔레매틱스 시스템 ‘우보(UVO)’를 개발했다.
두 시스템 모두 보급이 대중화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활용해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조작법이 편리하고, 차 열쇠가 없이도 먼 곳에서 차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블루링크와 우보는 아톰과 모젠에서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텔레매틱스 서비스 개발의 결실”이라며 “제반 환경이 진화할 수록 블루링크와 우보의 능력도 더욱 똑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