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에서 열린 특별시사회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 서울 삼청동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갑작스런 돌발 질문에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모든 사람을 다 설득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웃어넘겼다.
그가 말한 설득에 귀기울여봤다. 당초 그는 ‘코리아’ 출연을 거절했었다. 연출을 맡은 문형성 감독이 ‘배두나 아니면 안된다’며 삼고초려를 했단다. 그래서 ‘나 아니더라도 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출연 해달라” “나 아니라도 할 사람 많을 것이다” 이렇게 단 두 번의 대화만 오갔다고, 그런데 출연했다. 설득당했단다.
배두나는 “원래 출연하려고 했지만 시나리오가 한 번 바뀌면서 재미가 추가된 반면 날카로움이 없어져 있었다. 그래서 고사했다”면서 “근데 문 감독이 워낙 집요하게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장문의 편지를 내게 보내왔고 이 정도의 열정이면 꽤 괜찮은 영화가 나올 것 같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현 감독님이 리분희 선수를 딱 한 마디로 설명했다 ‘도도하다’”라면서 “그 말 한마디로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물론 실존 인물이기에 리얼리티가 가장 우선시돼야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 1년 6개월간 짧은 탁구 선수 경험이 도움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 감독의 지도아래 연습을 하면서 양발의 엄지발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이 아닌 탁구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란다. 무엇보다 오른손잡이 펜홀더로 탁구를 배운 자신과 달리 리분희는 왼손잡이 세이크 핸드였다, 그냥 문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배두나는 “조그만 탁구공 하나에 의지한 경기를 가끔 우습게 보는 분이 있는데, 아마 몸소 체험해 본다면 탁구의 격렬함에 혀를 내두를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혹시 ‘경기 장면을 다시 찍으라면 하겠냐’라고 묻자 “그건 질문이 아니라 악담이다”며 고개를 숙이며 양 손을 내저었다.
배두나는 “평소에도 자유로를 지나다 ‘평양’ 표지판만 봐도 너무 안타까웠다.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받은 뒤 그런 맘이 극에 달했었다”면서 “외국에만 가면 꼭 ‘코리아에서 왔다’고 말하면 ‘North’ ‘South’를 묻는다. 너무 짜증나지 않나”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일본 지바 특별 시사회에서 있었던 일도 소개했다. 당시 실제 경기를 관전한 재일동포 분들은 한결같이 ‘통일이 되는구나’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탁구 하나가 만들어 낸 거대한 공감대가 너무 감격스러워 시사회 때 눈물을 흘렸다”면서 “그런데 그 이후 21년이 지났지만 바뀐건 아무것도 없다. 영화 촬영 끝나고 베를린에 갔는데 무너진 장벽을 보고 ‘왜 우린 안될까’란 생각에 너무 분했었다”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너무 숙연한 분위기에 다시 가벼운 질문으로 넘겼다. 배두나 하면 ‘노메이크업 전문’과 ‘운동선수 전문’이란 타이틀이 있다. 눈물을 떨구던 그가 다시 파안대소했다.
배두나는 “‘공기인형’에선 전신 메이크업 하지 않았나(웃음)”라며 “사실 화장 자체를 안좋아한다. 그냥 가리는 게 싫다”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운동 전문 배우 역시 “그러게 하다 보니 그런 타이틀도 얻는다”며 웃는다. 그는 전작인 ‘굳세어라 금순아’에선 배구선수, ‘괴물’에선 양궁선수로 나온 바 있다.
‘코리아’ 이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한다.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함께 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쯤 개봉예정이다. 맡은 배역은? 복제인간 ‘손미-451’이다. 역시 배두나에겐 특별한 게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