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생산대국으로 알려진 한국이 빅데이터의 활용은 미흡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일 ‘빅데이터: 산업 지각변동의 진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사용자들의 기술 수용력이 높고 IT 인프라가 집약돼 있어 데이터 생산 및 1차 활용이 매우 활발한 편이지만 빅데이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확보해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빅데이터는 단지 거대하다기보다 형식이 다양하고 순환속도가 매우 빨라서 기존 방식으로는 관리·분석이 어려운 데이터를 의미한다. 빅데이터에 고객의 행태, 감정과 시장 트렌드 정보가 담겨 있어 이를 이용해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상황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높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해외기업들은 핵심 서비스를 무료 또는 염가에 제공하면서 천문학적인 양의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중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경우 빅데이터 활용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경영자 211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시대’ 대응정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빅데이터를 보통 이상 알고 있는 응답자 비율은 56.4%이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는 1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업의 데이터 실무자들이 빅데이터를 실제 보유하고 활용하는 한국기업은 10개사 미만이었다. 이마저도 이동통신사, 포털사이트, 온라인 게임업체 등 일부 IT 기업에 역량이 집중돼 있고 다른 산업에서는 활용 기업이 거의 없었다.
연구소는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도가 낮은 것이 △빅데이터가 수집되지 않고 있는 경영 현장 △역량 축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소모적인 데이터 활용 행태 △빅데이터 관리와 분석에 필요한 지식기반 취약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연구소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조만간 새로운 차원의 기술종속과 경쟁열위로 내몰릴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제도 정비와 함께 양질의 공공 빅데이터를 공급하고 시범사례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기업은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사내·외 데이터를 공유하고 통합 관리가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불과 수년 전에 애플의 아이폰 충격을 겪었지만, 빅데이터 충격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과 지속성을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현 사업에 맞는 데이터 활용전략을 수립하고 인재 육성과 수혈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