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으로 산다는 것]자활잡지 ‘빅이슈’로 노숙인생 탈출

입력 2012-05-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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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의식주 아닌 자력생존 가능하게 도와…연예인·유명인사 초상권·기고 등 재능기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자. 아직도 ‘노숙인’을 ‘노숙자’라 칭하고 있는지….

일정 주거지 없이 거리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법령(보건복지부령)에서 ‘노숙인’이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조차도 노숙인을 노숙자로 잘못 부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노숙인에 대한 명칭 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만큼 그들에게 냉담하다.

일반인들에게 노숙인들은 게으르고 유별난 사회부적응자일 뿐이며, 이들에 대한 지원은 정부의 몫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의 노숙인에 대한 지원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급식이나 의료부문은 여전히 사각지대이며, 자활을 위한 ‘탈 노숙’개념에도 한참 비켜가 있다.

오는 7월 창간 2주년을 앞두고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새로운 출발선 앞에 ‘빅이슈’는 정부가 못하고 있는 일을 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노숙인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가 주목받았던 것은 불편한 노숙인의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노숙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의식주 문제해결이 아니다. 노숙인들 스스로 노동의 가치와 사회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력생존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빅이슈는 노숙인을 향한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 사회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변화 ‘기업지원’ = 노숙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맞서 싸워온 2년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기업지원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진무두 영업국장은 “홈리스월드컵을 시작으로 노숙인 인식개선사업이 시작된 이후 노숙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조금씩 줄어들 있다”며 “노숙인들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고 창간 초기 노숙인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에 대기업의 지원에서 배제되긴 했지만 무림P&P의 잡지제작 종이 전량지원으로 꿈만 같았던 기업지원이 시작된 점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이슈가 매력적인 이유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사회구현이라는 이상실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빅이슈가 2년간 무사히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재능기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배우 문소리를 비롯해 안성기, 김여진, 하정우, 최강희, 최정원, 이효리, 아이유, 티아라 외 많은 유명 인사들의 초상권 기부와 함께 기고, 인터뷰, 사진, 일러스트, 번역, 통역, 편집자문, 홍보지원, 빅이슈 판매원 도우미 등 다양한 재능기부자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빅이슈가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빅이슈를 보는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진 국장은 “아직도 빅이슈를 노숙인이 보는 잡지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며 “빅이슈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월 2만부 이상 판매되고 있는 잡지로 ABC협회에도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 올해 법인전환…기부참여도 가능 =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회적기업이란 표현을 정부가 인증한 기업에게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빅이슈는 적법한 절차 진행을 위해 현재 비영리사단법인을 진행 중이다.

진 국장은 법인화에 대해 “서울형사회적기업의 직원들 13명에 대한 인건비 보조 약 800만원이 종료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제 빅이슈는 이윤추구를 통해 자력 생존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단순한 이윤추구가 아니라 비영리법인으로서 수익은 홈리스를 위한 사업에 쓰기 위한 것이다. 비영리법인은 기부후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빅이슈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일반의 기부참여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숙인구는 약 5000명 정도로 그 중 70% 이상이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환대하는 곳은 없다. 그런 점에서 빅이슈는 노숙인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빅판은 전체 노숙인구의 1%에 불과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숙인의 자립 계기를 마련해 주는 기업으로 자리 잡고 싶은 욕심을 계속 채워나갈 것이라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

진 국장은 “월 4만부 이상 판매를 통해 자력생존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홈리스월드컵 기업스폰서 발굴(2012년 멕시코 72개국 참가, 소외계층의 가능성 공유 위한 세계적으로 가장 큰 행사), 홈리스발레단 공연 준비(10월 중), 빅판들의 창업지원 등 홈리스의 가능성을 알리는 다양한 인식개선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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