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그 함정]최소운영수입보장 등 메트로 9호선은 ‘특혜 종합세트’

입력 2012-05-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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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이유로 요금인상 일방 추진…2005년 ‘MRG 약정’빌미 제공

지난달 14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하 메트로9호선)은 홈페이지와 역사내에 6월 16일 부터 9호선 요금을 500원 인상한다고 공고했다. 이 때부터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과의 마찰이 시작됐다.

메트로9호선은 운영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피력했고, 서울시는 시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요금 인상을 공고한 데 대해 사업자 지정취소 등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때부터 터져 나왔다. 지난 2005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가 메트로9호선와 맺은 실시협약에서 지나친 특혜를 줬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소문동 서울시청 앞에서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당원 및 관계자들이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반대·민자사업 전면 재검토·특혜 의혹 규명특별위원회' 구성 및 국민서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노예계약 수준 특혜가 사태 발단 = 서울시는 2005년 협약 체결당시 민간사업자인 메트로9호선에 매우 유리한 계약을 체결해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 간 협약의 핵심은 15년동안 최소운임수입보장을 약정한 내용이다. 즉 서울시가 8.9%의 수익률을 업체에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자기자본을 제외한 3700억원의 자본조달이자율(=차입부채이자율)도 선순위 7.2%(후순위 15%)로 매우 높게 책정됐다. 여기에 ‘이 협약은 종료시점까지(총 30년) 변경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까지 달아 놓았다. 서울시의 재정지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5년 당시 서울시는 민자사업의 운영적자 일부를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에 따라 예상 수익금의 90%까지를 보전해 주기로 약속했고, 실제로 서울시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90%에 달하지 못한 차액에 대해 무려 710억원 이상의 혈세를 메트로9호선에 지급했다.

메트로9호선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0년에 서울시로부터 326억원의 운임수입보조금을 받았음에도 당시 순손실 44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기 순손실중 영업손실은 26억원에 불과하고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자비용으로 461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9호선의 협약서에 정해진 수익률과 이자비용이 높은 점에 기인한 것으로 재협상을 통해 비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계속 메트로9호선의 배만 불려주도록 체결된 협약의 결과물이다.

이와 함께 민간 자본이 전혀 투입되지 않은 서울시재정사업으로 건설중인 2단계구간의 운영권까지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보장해준 것 역시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이정훈 의원(민주통합당, 강동1)은 “민간자본에 전혀투입되지 않은 2단계구간의 운영권을 현 운영권자에게 맡길 것을 염두에 두고 협약서를 체결한 것은 현 운영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는 사업운영상의 과도한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약서 제45조 (부속사업의 시행)에서는 사업시행자가 도시철도 시설을 이용한 부속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역사상가 등 부대사업 예상수입을 서울시가 사업자에게 매년 보장해야 하는 연간 운임수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30년 동안의 예상 부대사업 수익 4690억원을 메트로9호선이 모두 갖도록 보장해준 것으로, 실제 메트로9호선은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식회사(자본금 10억)를 세워 역사관리와 차량운행업무 등 운영을 통해 지난해 49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 시 고위공무원 맥쿼리 주식매입…꼬리를 무는 의혹 = 이 와중에 메트로9호선과의 실무협상을 총괄했던 전 서울시 고위공무원이 메트로9호선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다량 보유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인근 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1급)은 지난해 말 현재 맥쿼리인프라 주식 1만여주(약 550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9호선 대주주로 정식 등록한 2008년 말 5100여주를 처음 매입했고 2010년 1500주, 지난해 3380주를 추가로 구입 총 1만3주를 갖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2004년 도시철도설계부장으로 9호선 민간사업자와 협약실무를 총괄했고 주식을 보유한 2008년 말에는 도시계획국장이었지만 이듬해 도시기반시설본부장에 임명돼 9호선 개통 관련 업무를 지휘했다. 이 전 본부장으로서는 계약부터 개통까지 본인이 협약을 담당한 9호선에 간접 투자를 한 셈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 전 본부장은 지난 2일 자신의 맥쿼리인프라펀드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본인은 맥쿼리인프라펀드주를 공직자윤리법령에 따른 심사와 고시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9호선 민간투자협상에 참여한 공무원으로서 도덕적이지 못했다는 보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9호선 요금 인상 파문 등을 둘러싼 특혜를 규명하기 위해 특위를 구성한다. 시의회는 지난 달 30일 오전 제237회 임시회 5차 본회의를 열고 ‘지하철9호선 및 우면산 터널 등 민간투자사업 불공정 협약 체결 및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요구안은 김인호(동대문3) 민주통합당 의원 등 39명이 지방자치법에 의거해 지난 25일 본회의에 제출, 이날 출석한 의원 65명 중 60명이 찬성(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25일 행정사무조사 요구서 발의로 시급성과 조급성을 고려해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어 본회의를 재개, 이날 안건을 의결하게 됐다”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될 행정사무조사는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9호선 등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배경,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 등 불공정 협약 내용 등을 조사·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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