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고은 "영화 '은교' 정말 괜찮나요?"

입력 2012-05-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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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지난해였다.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박해일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전하며 모자를 벗었다. 관객들이 깜짝 놀랐다. 삭발한 머리를 선보이며 “지금 죽이는 영화를 찍고 있다.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그 죽이는 영화. ‘은교’다.

지난 달 25일 개봉 후 2일까지 ‘은교’의 누적 관객동원수는 총 79만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 박해일의 성기 노출과 70대 노인 연기, 김무열의 세밀한 감성 연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진짜 화제는 ‘은교’의 진짜 주연 ‘은교’를 연기한 신예 김고은의 발견이다. 박해일이 말한 ‘죽이는’이 곧 김고은을 말하고 있던 것이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영화 개봉 후 며칠 뒤 김고은과 만났다. 며칠 째 영화 홍보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지쳐보였다. ‘잠시 쉬었다 하자’고 먼저 배려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도 안돌아보고 ‘쪼르륵’ 뛰어나갔다. 채 5분이 지났을까. 다시 ‘쪼르륵’ 뛰어 들어온 김고은. 생글거리며 꾸뻑 인사를 한다.

자세히 보니 아직 피곤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이다. 잠이 좀 깰까. 꽤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예쁜 얼굴이 아닌데 첫 작품에서 주연이다. 그것도 두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예상대로 좀 놀란 눈치다. 그리고 고개를 한 번 갸웃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솔직히 그런 말 많이 듣는다. 그래도 학생 치고는 괜찮은 얼굴 아닌가”라며 “이 얼굴로 그래도 멋진 두 선배를 휘어잡았으니 봐줄 만한 얼굴로 해달라”며 혀를 빼꼼히 내민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아무리 봐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의 얼굴이다. 영화 속 ‘은교’의 모습을 찾으려 애썼다. 영화를 보면 ‘은교’는 청순하면서도 싱그럽고 때론 도발적이며 성적 매력까지 풍기는 다층적인 캐릭터다. 은교로 하여금 평온했던 두 남자가 파국을 맞게 되니 감정적인 측면에서 ‘팜므파탈’로 불러도 손색없을 듯하다.

김고은은 “영화 찍으면서 그런 어려운 생각은 안했다. 그냥 순간순간에 집중했고, 이해가 안 된 부분은 될 때까지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풀었다”면서 “감독님이 ‘카메라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라. 카메라가 따라 갈테니’라며 편하게 대해주셨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프로 여배우들도 ‘은교’는 좀처럼 선택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선, 무엇보다 ‘격렬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노출이 그 이유의 가장 큰 부분이다. 그럼에도 김고은은 “그냥 다들 많이 배려해줬고, 느낌대로 은교의 감정을 이어갔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대수롭지 않게 보였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수 없이 반복된 얘기였지만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노출’에 대해서.

김고은은 “보셨으니 알 것 아닌가”라며 “단순하게 보여주기 위함으로 벗는 것이라면 절대 안했다. 그런데 영화 속 ‘은교’의 노출은 그런 게 아니잖은가.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부담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있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꽃다운 애지중지 딸내미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보는 영화에서 맨몸을 드러낸다면 어떤 부모가 좋아할까. 김고은의 부모도 심적으론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영화광이시다. 배우 지망을 하는 내 든든한 지원군이었지만 데뷔작으로 ‘은교’를 선택한 뒤 상의할 때는 표정이 좀 어두워 지셨다”면서 “상의를 드리자 ‘알았다’며 혼자 방으로 들어가 20분 뒤 나오셔서 다시 ‘알았다’ 그러시는 데 그 사이에 너무 늙어버리신 표정을 봤다. 정말 죄송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버지가 허락했지만 어머니는 좀 힘드셨단다. 시사회 당일에도 아버지는 칭찬일색이었던 반면 어머니는 속상함을 감추지 않았다고. 김고은은 “엄마가 너무 여리고 섬세한 분이다. 그래서 시사회 때 그러신 것 같다. 딸로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덤덤해 했다.

그래도 아직은 20대 꽃띠 아가씨다웠다. 금새 얼굴이 환해지며 “근데 정말 괜찮았냐”며 “오늘 밤에 혼자 다시 보러 갈 생각이다. 내 돈 내고 볼거다. 심야에”라며 들떠 있는 모습이다.

캐릭터에 대한 확신도 있었고, 영화 개봉 후 쏟아지는 호평도 신기하단다. ‘생짜’ 신인이던 자신을 알아봐 준 정지우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있을 것이고, 흔들리지 않은 자신에 대한 감사함도 클 것 같았다.

▲사진 = 고이란 기자
김고은은 “가장 고마운 분은 감독님이다. 전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나를 위해 영화 촬영도 실제 영화 순서대로 찍으셨다”면서 “노출에 대한 부분도 처음부터 크게 배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처음 캐스팅 당시 김고은에게 정 감독은 전라 노출에 대한 부분을 확실히 주지시켰다. 당시 정 감독은 “출연 뒤 결과가 좋으면 괜찮겠지만 나쁠 경우 배우로서의 데미지가 클 것이다”고 말했단 것. 이제 뚜껑은 열렸고 결과는 꽤 나쁘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진.

김고은이 앞에 놓인 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녹차 라떼를 고개만 숙인 채 ‘후루룹’ 거리며 한 모금 마셨다. 입술에 우유거품을 잔뜩 묻히고 고개를 숙인 채 눈망울로만 올려다보며 툭 한마디를 던져왔다. “맛있다.”

영화 속 ‘은교’와 배우 김고은. 순간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됐다. 인터뷰 동안 시나브로 ‘은교앓이’에 빠진 것일까.

배우 김고은, 물건은 확실해 보인다. 영화 ‘은교’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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