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쇄신파가 5·9 원내대표 선거를 통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소속 의원들이 절반 이상 낙선하면서 쇄신파는 사실상 와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쇄신파는 남경필 의원을 원내대표로 지도부에 입성시켜 세를 다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쇄신파의 좌장격인 남 의원은 당초 당대표직 도전을 저울질하다 원내대표 쪽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7·4 전당대회에 나섰지만 5등 턱걸이로 지도부에 입성하는 등 당대표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계산에다가 19대 첫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원 구성 협상 등에서 힘을 받게 되는 만큼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쇄신파가 지난해 말 당의 쇄신국면에서 내놨던 원내 정상화 요구도 대표직 도전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남 의원은 4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시점에 제가 원내대표를 하는 게 정당개혁, 정치개혁을 완수하고 새누리당의 연말 대선승리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쇄신파 8명과 회동을 가진 뒤 최종 정리된 입장이다. 남 의원은 ‘수도권 출신 젊은 대표론’을 내세워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당에 비판적인 20~40대, 수도권의 표심을 잡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남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기 위해선 당 주류가 된 친박근혜계 이한구 의원, 정책위의장직을 완수한 이주영 의원 등을 제쳐야 한다. 같은 당 의원들을 상대로 표를 얻어야 하는데 세가 밀리는 쇄신파 대표로선 다소 버거울 수밖에 없다. 쇄신파의 고민도 이 지점이다. 홍일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총선에서 떨어져도 원외에서 힘을 쓸 수 있지만 원내대표 선거는 그렇지 않아 우리도 걱정”이라면서 “초선들을 상대로 우리의 취지를 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파는 남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더라도 향후 초선 의원들을 적극 영입해 세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대선국면에서 원외 인사들을 규합, 일정 역할을 맡겠다는 목표다. 다만 내부에선 쓴 소리도 나온다. 정두언 의원은 “지금 다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눈치만 보고 말 한마디 못하는 상황인데 쇄신파가 어디 있나”라면서 “쇄신파 이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