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드라마는 지금 '시간여행' 중

입력 2012-05-04 10:59 수정 2012-05-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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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초월한 사랑 '타임슬립' 열풍…'옥탑방 왕세자' '인현왕후의 남자' 등 우후죽순 쏟아져

▲"조선에서 왔소이다" 지금 드라마의 핵세포는 '시간여행'이다. 시대를 초월해 왕세자가 생크림·카라멜마끼아또 매력에 빠진다. 21세기 아리따운 여인과 사랑은 기본이다. 사진은 '인현왕후의 남자' 스틸 컷.
최근 방송가의 예능쪽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다. 같은 장르는 아니지만 이에 대적할 드라마엔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타임슬립'(시간여행), '퓨전사극'(현재와 사극을 접목시킨 장르)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듯 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변주가 이어지면서 로맨틱 코미디물에 타임슬립 옷을 입힐 정도다.

현재 안방극장에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 두 편이 방영 중이다. SBS ‘옥탑방 왕세자’와 tvN ‘인현왕후의 남자’다. ‘옥탑방 왕세자’는 조선시대의 왕 이각(박유천 분)과 그의 수하들이 300년 후인 현대에 떨어진다는 설정이다. 조선시대 인물들이 현대로 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함께 이각과 박하(한지민 분)의 러브스토리를 다뤄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된 ‘인현왕후의 남자’는 인현왕후의 복위를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조선시대 선비 김붕도(지현우 분)와 2012년의 무명 여배우 최희진(유인나 분)의 사랑을 그린다. 단순히 소재를 놓고 보면 ‘옥탑방 왕세자’와 겹친다.

두 드라마 모두 ‘타임슬립’이란 신선한 소재로 주목을 받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빈틈이 벌어지고 있다. 공중파의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던 ‘옥탑방 왕세자’는 최근 들어 시청률 난조를 보이며 시청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옥탑방 왕세자.
‘옥탑방 왕세자’는 화제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퓨전사극 장르를 등에 없고 초반 기세등등한 레이스를 펼쳤지만 중후반부에 접어든 현재 시청률이 들쑥날쑥하다. 12.5%로 행복한 비명을 지른 것도 잠시 10.6%로 내림세를 보이며 꼴찌 신세까지 범했다.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향후 행보는 미지수다.

때문인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시들하다. ‘타임슬립’의 한계를 깨닫고 있는 것. 우선 방송사 홍보의 미흡한 점을 꼽았다. 한 시청자는 “며칠 째 드라마 홍보문과 기사 등이 보이지 않는다”며 “시청률을 떠나서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다소 식상한 스토리를 지적했다. 그는 “초반 스토리는 재미있었지만 현재에는 연인 구도가 어느 정도 보이고, 전개도 대략적으로 그려지며. 과거에서 현재로 왔지만 현시대를 그리는 장면은 기존 로코 드라마들과 비슷해 ‘타임슬립’ 소재가 잊어진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옥탑방 왕세자’ 측 한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타임슬립’ 소재를 갖고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음표가 풀리기 전 단계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약간 식지 않았나 싶다. 다소 주춤했지만 앞으로 반전과 문제의 실마리들이 풀어지기 때문에 다시 활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타임슬립’ 드라마는 무려 두 편이 더 준비돼 있다. 5월에는 MBC ‘타임슬립 닥터진’이 방송되며, SBS는 8월 ‘신의’를 방송한다. 두 드라마 모두 현대의 의사가 조선시대로 가 현대의술을 발휘한다는 내용. 역사 속 주요 인물을 치료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설정도 유사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두 드라마 제작사 측은 한 차례 표절공방을 벌인 바 있다.

▲타임슬립 닥터진.
‘타임슬립 닥터진’의 제작사 이김 프로덕션 전흥만 제작본부장은 통화에서 “일본에서 저작권에 대한 부분이 민감하기 때문에 원작자가 클레임을 걸어 표절 공방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타임슬립 드라마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기존 드라마들은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와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지만 ‘닥터진’은 현대 의사가 조선시대로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역순하는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인현왕후의 남자’나 ‘옥탑방 왕세자’는 멜로 드라마였지만 닥터진은 메디컬 드라마다. 멜로보다는 많은 얘기를 할 것이다. 작품성이나 재미 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차별성을 설명했다.

한편 할리우드 영화처럼 주인공이 갑자기 성장하는 판타지 드라마도 준비 중이다. 배우 공유 이민정 수지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KBS 2TV ‘빅’이다. 10대 남자아이가 30대 어른으로 어느 날 갑자기 ‘폭풍성장’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 6월 방송 예정으로 홍자매 작가가 집필을 맡아 더욱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는 tvN ‘아이러브 이태리’와 소재가 겹친다. ‘아이러브 이태리’는 어느 날 갑자기 14세 소년이 광속성장으로 25세 어른의 몸이 돼, 매력적인 재벌가 상속녀 이태리와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배우 박예진과 슈퍼주니어의 김기범이 출연 예정이다.

이에 일각에선 황당한 설정의 드라마만 난무한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시청자들이 비슷한 소재의 반복을 과연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뿐만 아니라 신선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이후 판타지 소재 드라마 제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드라마의 소재가 조금 더 폭넓어지는 과정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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