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일류기업의 몰락]영원한 1등은 없다

입력 2012-05-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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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못 읽으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업계의 절대강자로서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기존에 없는 발명품으로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던가.

노키아·소니·닌텐도·휴렛팩커드(HP)·인텔·코닥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거나 이미 무너졌다.

이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업계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무너진 이른바 ‘시대의 루저’들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설상가상 자연재해까지 덮치면서 장고에 걸친 공든 탑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반도체 업계의 황제’ 인텔은 스마트폰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기존 PC 시장에 안주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스마트폰은 속도보다 실용성과 저전력 설계를 우선시하는 산업이지만 인텔은 타성에 젖어 성능 속도 향상에만 주력한 결과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에는 ARM의 칩이 들어가고 있다.

PC시대 전성기를 함께 누린 동반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등을 돌리면서 ‘윈텔(윈도+인텔)’ 시대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MS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업체로 퀄컴을 선택, ‘윈컴(윈도+퀄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휴대폰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노키아 역시 변화 없이 영원한 1등을 꿈꾼 패자가 됐다.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불타는 플랫폼’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노키아가 불길에 휩싸인 석유시추 플랫폼에서 타 죽을 수도 없고 얼음장 같은 북해의 물 속으로 뛰어들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키아는 물론 모토로라도 생태계의 패자로 전락했고 특허 괴물로 성장한 구글은 모토로라를 집어삼켰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등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장했으나 애플이 주도하는 무차별 특허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토로라를 손에 넣어야 했다.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일본 간판 기업들도 시대의 낙오자로 추락했다.

전 세계를 초토화한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는 70년간 견고하게 쌓아온 도요타자동차의 아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도에는 창사 70년 만에 첫 적자를 냈고, 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터진 대량 리콜 사태는 겨우 회복 기조에 오르던 도요타를 또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결정타는 2011년 3월11일 일본 열도를 뒤흔든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였다.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서플라이체인(부품공급망)이 끊기면서 업계 거인인 도요타도 맥없이 무너졌던 것.

이는 최적의 작업상태에서 차만 잘 만들면 되는 줄 알았던 도요타 방식에도 변화를 줄 때가 됐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한때 세계 TV 시장을 장악했던 소니도 브라운관 TV를 고수하다 평면 및 LCD TV 시장 진입에 늦은 것이 실패로 직결됐다.

왕성한 태블릿 PC 수요에 대응하느라 TV 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여력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LCD TV 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는데다 32~42인치형은 가격이 4만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가격경쟁 심화도 부담이 됐다.

결국 소니는 삼성전자·LG전자의 파상 공세에 밀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산업 경계마저 무너지는 초경쟁 시대에서 혁신을 게을리하는 기업은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품이 충분히 차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라인이 너무 많아 소비자들의 기호가 변했을 때 재빨리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플의 혁신성과 삼성전자의 제조력으로 다시 쓰여지는 전자업계 역사, 폴크스바겐과 현대자동차의 추진력이 낳은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 등 업계 전반에 새로운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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