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1등은 없다]소니·닌텐도…1등 안주하다 적자 수렁에

입력 2012-05-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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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日 간판기업들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소니는 TV사업의 부진을 마회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 고객이 도쿄의 TV매장을 지나고 있다. 블룸버그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던 일본의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2월 소니의 대규모 적자 소식에 이은 최고경영자(CEO) 교체 결정, 3월 엘피다메모리의 법정 관리 신청 소식은 일본 산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장난감 업체로 출발해 세계 게임기 시장의 역사를 바꾼 일본 닌텐도는 사상 처음 적자를 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1등 자리에 안주해서 내일을 위한 준비를 게을리 했다는 점이다.

워크맨 신화의 주역인 소니의 위기와 일본의 유일한 D램 제조업체였던 엘피다의 몰락은 일본 첨단산업의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지에선 고도의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모노즈쿠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소니의 원흉은 8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한 TV 부문이다.

정작 세계 최초로 OLED TV를 개발한 것은 소니였지만 대형화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연구 개발을 게을리하면서 삼성 등 경쟁업체에 우위를 내줬다.

지상파 디지털화 완료를 경계로 일본 TV 시장 위축은 몇 년 전부터 예상됐으나 왕성한 태블릿PC 수요에 대응하느라 TV 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여력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LCD TV 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고 32~42인치형은 가격이 4만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가격경쟁 심화도 부담이 됐다.

수익성이 악화한 TV 사업을 대신할만한 신규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는 등 전략의 부재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소니는 한때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 겸 CEO를 밀어내고 히라이 가즈오 부사장을 새로운 사령탑에 앉혔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잘 나가던 엘피다가 파국으로 치달은 것은 위기대응 능력이 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9년 NEC와 히타치가 D램 부문을 분사·통합해 설립된 엘피다는 승승장구하다 2008년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엘피다는 자구책으로 스마트폰용 D램 칩에 집중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진이 낮은 PC용 제품 생산은 대만 자회사로 옮겼다.

하지만 일본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엔고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엘피다는 자금난에 시달리다 2009년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정부 산하 일본정책투자은행에서 400억엔, 민간 금융기관에서 1000억엔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일 파산보호에 해당하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부채 4800억엔. 일본 제조업체 파산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 기업들의 부상으로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얼마나 극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일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닌텐도는 스마트 기기 시대를 내다보지 못해 패자로 전락한 경우다.

닌텐도는 지난 3월 끝난 2011 회계연도에 432억엔의 손실을 냈다.

닌텐도가 적자를 낸 것은 1962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반성할 점이 많다. 게임기 값이 비싸고 인기 소프트웨어 부재가 적자의 주요인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략 컨설팅업체 롤랜드 베르거의 가미나가 마스기 파트너는 “1970년대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과 현재 일본 가전업계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IBM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아 번영하겠지만 이스트먼코닥처럼 안주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고 가미나가 파트너는 강조했다.

대량 리콜 사태·동일본 대지진·태국 홍수 등 예기치 못한 악재에다 고질병인 엔고까지 겹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는 최근 2~3년간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업계의 자존심인 도요타는 2008년 꿰찬 글로벌 왕좌를 제너럴모터스(GM)에 내주고 독일 폴크스바겐에도 밀려 3위로 주저앉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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