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은 연 선수는 국가대표 김효주(17· 대원외고2)다. 그는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프로들 사이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잡는 여고생’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우승자 자격으로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출전해 공동 12위를 기록하며 미국무대에서도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고교생 사이에서는 김효주의 명성을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그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14승을 쌓았다. 지난해도 제주도지사배와 송암배, 일송배 등을 휩쓸었다. 올시즌 주니어 첫 대회였던 제주도지사배 2라운드에서 버디 12개를 잡아내면서 또래 친구들을 가볍게 제치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김효주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9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기록하며 깜짝 관심을 받은바 있으며 2010년 2010년 러시앤캐시 채리티에서 거둔 3위를 기록했었지만 프로대회 우승은 없었다.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갔다. 평소 26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무기로 아이언샷, 퍼팅 등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초청돼 출전한 프로대회에서 쟁쟁한 프로선수들 사이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올시즌 프로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내년 프로로 전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그는 올해 시드전을 치러 내년 프로무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전에 9월 개막하는 세계아마추어선수권 대표선발전 준비에 전념한다.
김효주가 자극이 됐기 때문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대회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아마추어 선수들의 선전 소식이 들려왔다. 김효주처럼 우승 달성하진 못했지만, 프로선수들 못지않는 수준급 실력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고진영 선수는 올해로 국가대표 상비군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프로대회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해에는 하이트컵 챔피언쉽에 출전해 컷탈락 하면서 프로무대에 높은 장벽을 실감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실력과 자신감이 그를 성장시켰다.
김효주와 친한 사이라는 고진영은 “효주가 프로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부럽기도 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리바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예정(19ㆍ에스오일)도 고진영의 기세에 긴장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예정은 “마지막 라운드 고진영과 동반라운드를 했는데, 후반 12, 13번에서 버디를 하면서 추격해 긴장했다. 뒷심이 강한 무서운 후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8승을 거둔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동반 라운드를 펼친 백규정(17·대구현일고2)도 일본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왔다.
백규정은 지난시즌 한국 여자아마추어선수권 우승 자격으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1라운드에서 5언더파 적어내 일본프로선수들을 위협했다.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선수로는 신지애(24ㆍ미래에셋)을 비롯 일본투어 2년연속 상금왕 안선주(25), 베테랑 전미정(30ㆍ진로재팬) 등 정상급 선수들이었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서 백규정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본 여자골프 간판격인 미야자토 아이와 대회 마지막날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예상대로 이들 조에는 수많은 갤러리가 찾았다. 그 속에서도 그는 침착한 경기를 펼쳤다.
이날 3타를 잃으면서 공동 22위에 랭크됐지만 아마추어 부문 1위(전체 공동22위)에 올랐다. 아울러 그는 프로무대 그것도 일본에서 정상급 선수와 경기를 치르면서 거둔 성적으로는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백규정은 지난해 6월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여자오픈에서 유소연(22·한화)과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들이 한국여자골프의 중심에 서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