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올 연말 대통령 선거로 인한 정권교체시기를 앞두고 금융권에도 레임덕(lameduck)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대통령의 측근을 중심으로 한‘이너서클’(조직 내 소수 핵심권력)은 유효하다.
우선 4대 은행을 보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어윤대(67) 전 고려대 총장 및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지난 2010년 7월부터 3년 가까이 KB금융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같은 과 후배로 스스로를 ‘MB맨’이라고 칭할 정도다.
어 회장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던 KB금융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어느 정도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지난해에는 지주사 설립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인 2조273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최원병(66) 회장이 51년 만에 경제·금융지주로 개편된 농협중앙회의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현 동지고) 4년 후배인데다 이상득 의원과도 친분이 있는 대표적인 MB맨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12월부터 농협중앙회를 이끈 산 증인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공적 금융기관으로 민영화를 추진 중인 산은금융지주에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67)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왕의 남자’로서 건재하고 있다.
강 회장은 이 대통령과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인연을 쌓았고, 현 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 경제특보를 지낸 최측근 인사다. 747공약(연 7% 경제성장률, 10년 내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강국 진입) 등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 말기이다 보니 금융권에서 이 대통령의 장악력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3월에는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 김승유(69)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났다.
대신 김정태(60)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했다. 김정태 회장은 30여 년 동안 은행에 몸담아 온 정통 은행맨이자 하나은행 창립멤버다.
어윤대 회장과 이팔성 회장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나 약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어 회장의 경우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성과급제 도입이 미흡하다는 평이다. 이 회장도 가장 큰 목표였던 우리카드 분사와 우리금융 민영화 모두가 잘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만수 회장은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는 다음 정부로 넘기고 그 전 단계인 산은금융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계에서는 “MB측근이라는 점이 초기 추진 과제들에 날개를 달아줬으나 정권 말기에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