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공기업 수장 ‘그들만의 리그’]주인 없는 금융기관 ‘모피아’출신이 쥐락펴락

입력 2012-05-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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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재무부 인맥

‘정권은 바뀌어도 모피아는 영원하다’는 말은 금융계에도 유효하다. 모피아(Mofia)는 옛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칭한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끈끈한 인맥과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사회 곳곳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딱히 주인이 없는’ 금융계는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우선 재무부 출신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현 금융정책의 판을 짜고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23회)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23회) 이 두 행시 동기생이 대표적인 예다.

김 위원장은 재정경제원 시절부터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으로 외화자금과, 경제분석과, 증권제도과 등을 두루 거쳤다. 재정경제부 시절에는 금융정책국장, 차관보, 1차관을 역임했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감독정책과장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 부위원장직까지 올랐다.

김 위원장보다 2달 뒤인 작년 3월에 취임한 권 원장은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으로 재산소비세제국장,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금융 공공기관에도 모피아 천하 = 모피아 출신들은 금융 공공기관에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취임 순서별로 보면 지난 2009년 11월 취임한 김영과(22회)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 경제협력국장을 거쳤으며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도 맡았다. 경제부총리 비서실장을 역임해 다른 부처·부서와의 업무조율 능력이 탁월하고, 인맥도 넓다는 평이다.

지난해 6월 선임된 서울보증보험의 김병기(16회)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삼경경제연구소 사장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정국(9회)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임명됐으며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제1차관보까지 역임했다.

2011년 9월 취임한 진영욱(16회)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재무부 은행과장, 재정경제부 본부국장을 맡았으며 이후에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 금융권 민간협회도 접수…6곳중 5곳 모피아 출신 =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 민간협회장 자리도 모피아 출신들이 점령했다.

주용식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2009년 8월 취임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 ‘유신 사무관’으로서 문관의 길을 들어선 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대외경제국장을 역임한 모피아 출신이다.

지난 2010년 4월 취임한 이두형(22회) 여신금융협회장은 재무부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을 거친 후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등으로 금감위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0년 9월 취임한 문재우(19회) 손해보험협회장은 여러 부처를 두루 섭렵했다.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경협총괄과·투자진흥과 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병원(17회)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1차관을 맡은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이다. 재정부 고위직에서 퇴임한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KT·미래에셋 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박 회장은 우리은행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시에 컨설팅 용역업체 부당 선정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이우철(18회) 생명보험협회 회장이 물러나고 대신 김규복(15회)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선임됐다. 김 회장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으며 이 밖에도 금융정보분석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금융관련 협회 중 가장 규모가 큰 금융투자협회 수장 자리에 지난 2월 ‘금융통’ 출신인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취임했다. 이에 따라 금융협회장 자리를 모두 모피아 출신이 점령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모피아가 장악하다시피 한 금융권 협회중 유일한 민간 CEO 출신이다. 그는 1970년 한국외환은행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시작해 은행부터 종금, 증권까지 금융투자업계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이후 대우증권, LG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모피아 출신들은 선후배끼리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한 넓은 인맥을 갖췄으며 위기상황에서 강한 돌파력을 지녔다”면서 “정부의 입김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상황에서 모피아 출신의 기용은 업계의 입장을 적절히 대변하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관료출신들은 업계에 대한 이해가 낮아 규제일변도의 대책이나 탁상공론만 외치거나 업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부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책임을 추궁당하는 일이 드물어 금융계 내부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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