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등 유럽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코스피가 휘청이고 있다. 9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16.72포인트 하락한 1950.29에 장을 마감한 것. 이날 코스피는 장 중 195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유럽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외국인들이 매물을 던지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며 총 1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문제는 가뜩이나 유럽 위기로 국내 증시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일 옵션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물 출회로 국내 증시에 물량 부담이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럽 리스크에 국내외 증시 '울상'
밤사이 뉴욕증시가 또 다시 하락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7.03포인트(0.75%) 내려간 1만2835.06에 거래를 마치며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9.14포인트(0.67%) 떨어진 1354.58을 기록, 2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1.56포인트(0.39%) 하락한 2934.71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같은 증시 약세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 없이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자는 공약을 내건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제2당으로 부상한 가운데 연립정부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독일은 구제금융에 대한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면서 그리스의 개혁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EU는 정치적 불안에도 그리스에 대한 제2차 구제금융 중 2회분 52억 유로를 예정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EU는 “그리스가 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과 약속한 구제금융 협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자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의 만기 10년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이후 다시 6%를 웃돌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정부가 자국 3위의 은행인 방키아에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스페인 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옵션 만기일, 물량 쏟아지나?
유럽 위기로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옵션만기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프로그램은 차익거래로 1821억7400만원을 순매수, 비차익거래로 1054억2000만원을 순매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767억5400만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최근의 외국인들의 매매 현황을 살펴봤을 때 옵션 만기일인 이날 매물 폭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 등 매매주체의 차익잔고 실제 청산 가능성은 올해 어떤 만기보다 높아져 있다"며 "연초 시장 베이시스가 고공행진을 지속했을 때 설정된 외국인 차익잔고 2조5000억원 중 일부가 1차 청산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원도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의 청산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며 "5월 옵션만기에 따른 추가적인 매물 부담이 큰 것은 아니지만 베이시스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엔 옵션만기일 이후에도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옵션만기가 증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도 "옵션만기와 상관없이 베이시스가 크게 악화되고 있어 부담이지만 오히려 옵션만기일엔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들어올 수 있다"며 "지난 4월 옵션만기일과 비슷하게 증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외국인 차익거래의 청산은 선물가격 백워데이션이 고착화된 이후에야 나타날 것"이라며 "백워데이션이 출현하지 않는다면 시장이 우려하는 대규모 차익거래 청산은 다시 6월 만기일 부근으로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