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여자는 언제 지갑을 여는가', '소비권력' 여성의 쇼핑 방정식

입력 2012-05-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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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제모용품은 왜 면도기 매장 아닌 란제리 코너 옆에?

▲여자는 언제 지갑을 여는가(파코 언더힐 지음·살림출판사 펴냄·1만4800원)
“전 세계를 돌며 확인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사회, 경제, 문화 면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시대가 변할수록 여성을 빼 놓고는 이들 세 분야에 대해 논할 수 없게 됐다. 즉, 전 세계 나라들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해 점차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 고객을 유치하려는 기업들에게는 더욱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다. 여성 고객의 지갑을 열지 못하면 더 이상 어떤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쇼핑 과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소비심리 분석가 파코 언더힐(Paco Underhill)은 여성들의 소비심리 분석을 통해 사회, 경제,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여자는 언제 지갑을 여는가’란 책을 냈다. 이 책은 저자의 조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나라에도 해당되는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여성은 살아가면서 청결과 통제권, 안전, 배려 부분에서 섬세함을 바탕으로 남성에겐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여성들이 자주 가는 상점, 의류 매장 탈의실, 유아용품 매장, 식당 등에서 이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1부 ‘여자들이 바꾼 세상’과 2부 ‘여자들이 지갑을 여는 순간’으로 구분된다. 또 저자의 특별한 한국 체험기가 담긴 ‘한국어판 서문’과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실려 있다.

‘여자들이 바꾼 세상’에선 여성의 역할이 중요시됨에 따른 주택, 주방, 욕실, 헬스장의 변화 등 주거환경과 개인생활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여자들이 지갑을 여는 순간’에선 여성들이 즐기는 쇼핑에 대해 포커스를 맞췄다.

주거환경이 바뀜에 따라 욕실에 대한 신개념인 ‘가족욕실’에 대해 얘기한다. 이는 2007년 미국 유타 주에 소재한 지역개발 단체인 케니코트 랜드가 구상한 것이다.

저자는 이 욕실에 대해 “온 가족이 각자 이름이 적힌 변기에 앉아 동시에 방광을 비우는 한 칸짜리 공간이 아니라 칸 막이 문으로 나뉘는 한 쌍의 화장실”이라며 “이렇게 하면 엄마와 아빠는 옆 칸에서 학교갈 채비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살피면서 샤워와 양치질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더힐은 “이는 가족들이 서로의 씻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겠지만 서로를 살피며 만족하는 욕실 구조이며 여성이 살고 싶은 공간, 여성이 가꾸고 싶은 집을 아는, 같은 여성이 고안한 흥미롭고 개선된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주방도 진화하고 있다. 이전에 주방은 단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거실, 방과 분리된 독립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식 부엌은 친목의 장으로 거듭났다. 이제 부엌은 더 이상 기능적으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감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곳이 됐다”고 강조했다.

주방에는 빠른 기계화로 인해 오븐대신 전자레인지가 들어오고 각종 주방용품은 심플해지고 세련돼 졌다.

각 나라의 부엌들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이슈, 식습관, 공간적 제약에 따라 다르게 발달했다. 저자는 “일본의 경우 식기세척기는 선반위 붙박이식으로 설치돼 있으며 이는 색상이 조화로운 주방기구로 대변된다. 또 세척기는 현지에서 여성에게 선물할 경우 독립을 암시하고 성인으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따로 위치한 방들과 달히 함께 어울리는 이른바 ‘열린주방(open-plan kitchens)’형태가 늘고 있다.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소비문화도 여성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저자는 만약 매장 관리 및 진열을 책임지는 사람이 독자라고 가정해볼 때 여성용 제모용품을 어디에 진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성 면도기 등의 판매대 옆에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더힐은 란제리 코너 옆에 진열하기를 권한다. 여성이 다리를 매끄럽게 만들고 보습하는 행위는 남자들의 면도와 달리 관능적 분위기가 개입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여성에게 쇼핑몰은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홈베이킹 수업을 듣고, 수영을 하고,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찾고, 연인과 함께 영화를 보는 이 모든 행위가 가능한 만능해결사 역할을 하는 곳이 됐다.

저자는 “남자가 보통 목적한 대로만 쇼핑을 하는 반면 여성은 어떤 목적이 있었더라도 주변 환경으로부터 다양하게 자극을 받기에 쇼핑을 하며 동시에 처리 가능한 다른 일들을 떠올린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쇼핑에 시간을 더 많이 쏟고 더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시간을 현명하게 보내는 셈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것에 저자는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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