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인 루피 약세를 막기 위해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인도중앙은행은 10일(현지시간) 수출기업들은 앞으로 외환보유고의 50%를 루피로 환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외환규제책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인도중앙은행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외화를 보관하는 지정예금계좌(EEFC) 잔고를 전체 외화 수입의 50% 이하로 하고, 나머지는 루피로 환전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EEFC의 잔고를 전액 인출하지 않으면 외화를 구입할 수 없게 된다.
EEFC는 수출기업이 수입 이외의 경비에 쓰는 외화를 자국 내 계좌에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상은 인도에 거주하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계좌 외에 다이아몬드 수출업자가 보유한 이른바 다이아몬드달러계좌(DDA)도 포함된다.
중앙은행의 이같은 조치는 시장에 달러 공급량을 늘려 일시적인 루피 약세를 방어하겠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최근 달러·루피 환율은 작년 12월15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54.2925루피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지난 9일에는 53.82루피를 기록했으나 중앙은행의 외화 규제책 발표 직후에는 52.94루피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외화 규제 정책 만으로는 루피 약세 기조가 수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정부가 안고 있는 거액의 경상 및 재정 적자와 만성 인플레이션 압력이 루피를 계속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이다.
인더스인드뱅크의 모제스 하딩 글로벌 시장 부문 책임자는 “중앙은행은 시장의 미시적 관점에서 개입에 나섰지만 재정이나 경상 적자 등의 펀더멘털 문제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이처럼 소소한 조치에 나선 것은 루피 방어책이 바닥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