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功을 세우면 물러나라

입력 2012-05-15 10:32 수정 2012-05-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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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법무법인 에이펙스 상임고문

오왕 합려가 초나라를 멸망시킨 일등공신인 오자서와 손무에게 상과 벼슬을 내리려 했지만 손무는 오히려 은퇴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오자서가 손무를 찾아가 “이제 큰 공을 세워 부귀영화를 함께 누리게 되었는데 어찌하여 장군은 떠나려 하십니까?”하고 묻자 손무가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나라도 강성해지면 교만해지고 교만해지면 쇠락해집니다. 개인의 일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을 이루고 물러나지 않으면 반드시 큰 불행이 닥칩니다.(功遂不退 必有災殃) 그대도 나와 함께 물러나는 것이 어떨까요?”하고 오자서에게 같이 은퇴하기를 권하였다.

그러나 오자서는 물러나지 않았고, 재상이 되어 부귀와 권세를 누렸지만 결국 오왕 부차의 미움을 사 부차가 내린 단검으로 자결하고 말았다.

와신상담하여 오왕 부차에게 복수를 한 월왕 구천을 도운 범려와 문종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오나라를 멸한 후 범려는 문종에게 그 유명한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편지로 남기고 월나라를 떠났다. 문종은 범려의 편지를 읽고서도 구천 밑에 있다가 결국 구천의 미움을 받아 구천이 내린 칼로 자결하였다.

범려는 산동지방에 가서 농사를 지어 큰 부자가 되었고 이 소문을 들은 제나라 평공이 직접 찾아와 재상이 되어주기를 간청하자 3년간 재상을 한 후에 스스로 재상 직을 사퇴하고 물러나면서 아들에게 이르기를 “농사를 지어서는 천금의 재산을 이루고 벼슬에 있어서는 재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사람으로 태어나 정점에 다다른 것이다. 모름지기 정점이란 위험한 것이니 환난이 닥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 하고는 제나라를 떠나 무역과 장사를 하여 거상으로 이름을 남기며 천수를 누렸다.

이 두 이야기는 모두 공을 세운 사람들이 그 공을 챙기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였다는 역사의 교훈들이다.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 제9장에서 “공을 세우고 물러나는 것은 천지의 이치이다”(功遂身退天地道)”고 하여 공을 세운 자들에게 처신의 이치를 가르쳤지만 역사를 뒤돌아보면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아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애써 공을 세웠으니 그 공을 챙기려고 하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을 챙기려는 사람은 부패하지 않기가 어렵다. 권력에 빌붙어 스스로 자기 이익을 챙기려 하기 쉽고 스스로는 부패하지 않으려고 해도 주변에서 부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튼경(Sir W.Acton)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대통령의 측근 실세들이 최근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공신들로서 집권 초부터 막강한 자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굳이 오래전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최근의 역사만 봐도 물러날 때를 모르는 권세가들의 말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쯤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이란 그 칼날을 자칫 잘못 휘두르면 제 목이 잘려나간다는 것을 이들은 정녕 몰랐을까?

4월 총선은 끝났고 이제 7개월 후면 대선이다. 벌써부터 대선 캠프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미리 한 마디 충고를 하고 싶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공을 세우거든 공을 세운 것으로써 보람으로 삼고 자원봉사를 했다고 생각하고 물러나기 바란다. 그래야만 새 대통령이 선거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의 부담없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도 나도 공을 세웠다고 보상을 바란다면 그 많은 자리를 어떻게 마련하겠는가?

최근 대통령 측근들의 구속을 바라보며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대통령의 임기 중에 측근 실세들의 비리가 파헤쳐지고 이들이 구속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분명 우리 정치에 있어서 하나의 발전 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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