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과 각종 횡령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15일 검찰에 체포됐다. 임 회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1999년 솔로몬금융그룹의 모태인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하면서 10여년만에 자산 5조원의 종합금융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며 금융계의 징기스칸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임 회장은 거액의 불법대출과 횡령 혐의로 금융당국에 의해 고발됐다. 외국 선적의 선박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장부 매입가와 실거래가를 허위 기재해 차액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서다.
임 회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정치인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급성장했다.또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일원으로 정관계에 퍼져 있는 마당발 인맥을 자랑했다.
◇금융계 징기스칸의 몰락= 임 회장의 성공신화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임 회장은 솔로몬저축은행의 TV광고에서 몽골 기병이 말을 몰고 돌진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금융계의 징기즈칸’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6일 영업정지 된 4개 업체 중 자산 규모가 5조원대로 가장 크다. 임 회장은 회삿돈 수천억원을 투자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선박펀드 등을 운영하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신규 선박을 발주할 때 받는 중개수수료(발주가의 1%) 중 절반을 돌려받거나 이중계약서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회삿돈을 해외에 개설한 예금계좌에 보관하면서 부동산 투자나 재산 도피 등의 목적으로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임 회장은 그동안 공격적 사업확장으로 유명했다. 이번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회사 공금을 특정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것도 이런 공격적인 경영 방식 때문에 발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업무상 배임, 불법 대출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마당발 인맥을 이용한 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들여다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 회장은 1980년대 후반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는 동시에 ‘한맥기업’이라는 옥탑광고 회사를 세워 10년 넘게 광고업자로 활동하면서 100억원대 자산을 모았다. 금융업에 진출한 것은 1999년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하면서부터다. 2002년에는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이를 솔로몬상호저축은행으로 바꾸어 영업을 시작하면 본격적인 금융업에 나섰다.
2002년 부동산 경기 붐을 타고 업계 최초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수익모델을 개발해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모든 것 다 내놓겠다”던 임석 회장 앞날은?= "회사 살릴 수 있다면, 경영권도 연연 않겠다". 임 회장이 지난 6일 금융감독당국의 저축은행 퇴출 명단 발표가 임박하자 한 언론에서 타는 심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당시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게 자신의 유일한 바람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고 한다. 퇴출을 우려한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금융사의 자산을 과도하게 부실한 것으로 평가했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에서는 검찰과 임 회장간의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솔로몬저축은행 직원들의 충성도도 한 몫하고 있다. 검찰이 저축은행 간부들을 불러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솔로몬 직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37억원이 넘는 직원들의 우리사주 대출금을 예금자 돈으로 모두 갚아 줬고, 영업정지 직전인 지난달 말 솔로몬 주요 임직원 20~30명에게 1인당 수천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는 데 15억원을 쓴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이 수사에 대비한 입막음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따질 예정이다. 이르면 내일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임 회장의 체포로 인해 ‘저축은행 비리의 몸통 수사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임 회장이 제기된 의혹 대부분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