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탈퇴가 기정사실화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그리스 주요 정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연립정부를 구성하려 노력했지만 최종 결렬됐다.
그리스 과도정부는 다음달 17일 2차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2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2차 총선에서 20.5%의 지지율로 제1당으로 부상해 집권당이 될 전망이다.
반긴축과 구제금융 재협상을 외치는 시리자가 제1당이 될 경우 사실상 구제금융 합의안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지 않고 긴축 협약만 거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는 약속 이행 없이는 구제금융 지원도 없다며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는 13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경우 만기 도래하는 국채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이같은 우려는 은행권의 뱅크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은행권에서 지난 14일 하루 인출된 금액만 7억유로(1조350억원)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 자본 확충 부족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일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지급불능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그리시트(Grexit)가 현실화할 경우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로존 전역이 총체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CNN머니가 분석했다.
CNN머니는 ‘그리스, 2012년 리먼브라더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리먼이 파산하자 미국 최대의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이 문을 닫은 것처럼 유로존 주요국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포르투갈은 최근 국제기구에 약속한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된 상황이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상황에 처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면 차기 뇌관으로 불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CNN머니는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유로존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리스의 탈퇴 이후 연쇄 이탈은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마저 탈퇴하는 사태를 유럽이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자문기관 손시온의 로버트 샤피로 회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파가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퍼져 채권시장이 붕괴하는 것”이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럽이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며 자본재확충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재총선과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5일 30%대를 돌파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6.51%로 작년 11월 이후 처음 6.5%를 넘어섰고,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 1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6%를 기록했다.
독일과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스프레드는 사상 최대인 507bp까지 벌어졌다.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 정국 불안에 다우지수가 16일 4일 연속 하락하면서 1만2500선으로 떨어졌다.
그리스 ASE 종합지수는 1.3% 떨어져 2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 값은 이날 4일 연속 하락해 1536.6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동성에 우려한 투자자들이 현금을 선호한 영향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3일 연속 상승해 4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