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조세 부담이 덜한 아시아로 국적을 옮기는 고소득자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에두알도 사베린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가 미국의 세제에 불만을 품고 국적을 싱가포르로 옮긴 것을 비롯해 지난 20년간 미 국적 포기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미국민은 100명에 달했다. 이는 2009년 58명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인 전체 국적 포기자도 2009년 742명에서 지난해 1780명으로 급증했다.
미 국적 포기자들은 미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적자 감축이 향후 증세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이유로 꼽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도입된 부자 감세정책이 초당적인 합의가 없으면 올해나 내년 초에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유층은 또 고소득자에게 30%의 소득세를 부과하자는 이른바 ‘버핏 룰’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안고 있다.
미 국적 포기자들은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와 홍콩행을 선호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싱가포르의 개인 소득세율은 최대 20%, 홍콩은 17%로 미국의 35%를 크게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와 홍콩의 세제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비해 단순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홍콩 기업이 1년간 납부하는 세금 항목은 평균 3개다. 싱가포르는 5개며 미국은 11개에 달한다.
이외에 세법도 간단해 대부분 컨설턴트나 자문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미국 세법 전문 컨설팅업체인 US택스어드바이저리인터내셔널의 로라 윌킨슨 수석 컨설턴트는 “미국의 조세는 예전에는 기업에 유리한 세제를 우선시했으나 지금은 기업을 유인하는 정책에서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문제와 국제이민을 전문으로 하는 홍콩 법률사무소 초킹앤어소시에이츠의 유진 초 대표는 “부자들의 조세 회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미국은 이미 사람들이 동경하는 나라가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