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데릭 미첼 미얀마 특사를 주미얀마 대사로 공식 지명하고 일부 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등 미얀마 개혁 촉진을 위한 유화 정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은 미국과 버마(미얀마의 옛 국명)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날”이라며 미첼 특사의 대사 지명을 공식 발표하고 상원 인준을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금지 조치도 완화하기로 했다.
그는 “양국간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버마 정부와 시민사회 내 개혁파들을 지지하고 광범위한 경제개발을 촉진한다“며 “버마가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통합되도록 하는데 중요한 조치”라고 전했다.
미얀마에 군사정권이 출범한 이후 22년간 양국은 대사급 관계를 맺지 않았다.
미국은 또 자국 기업들의 미얀마 투자와 미얀마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미얀마 군사정부에 가담하거나 연계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전방위 제재 조치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일부 제재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군사분야 관련 기업과의 투자와 교역은 계속 금지하는 등 전면적인 제재 완화에는 신중을 기했다.
국가비상조치법(NEA)에 따라 지난 1997년 도입된 미얀마 제재를 위한 법적 근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이 제재법의 연장 방침을 통보했다.
이는 미얀마 정부의 개혁 조치가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다시 제재를 복원하고 강화할 수 있는 골간을 유지함으로써 개혁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심각한 인권 억압을 한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계속해서 압박할 것”이라며 “개혁이 후퇴할 경우 제재를 복원시킬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버마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정치적 개방 조치는 초기 단계”라며 “정치범, 국내 갈등, 민족문제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포함한 여러 우려가 있어 위협에 대응하는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서한을 보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미얀마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업 투자 금지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도 “개혁 조치를 보장하기 위해 제재 관련 법은 유지하며 무기금수조치도 계속된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 정부 당국에게 올해 초 정치범들의 석방 조치에 이어 현재 남아 있는 나머지 정치범들의 추가 석방을 촉구했다.
최근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짐 웹 상원의원 등 유력 의원들은 추가 개혁을 위한 유인책 차원에서 미얀마 제재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는 전일 “사람들이 미얀마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며 “미얀마 민주화 조치들이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제재 유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미얀마 군사정부 출범 이후 단절상태이던 양국 관계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2월 클린턴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해빙 분위기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