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지속된 그리스 문제가 증시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6일 그리스발 악재로 50P 넘게 급락하며 1840P선까지 내려 앉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는 그리스 한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유럽 전체 금융시장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그리스발 유럽 리스크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그리스의 선택과 향후 진행될 유럽 관련 정책적 이벤트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그리스의 선택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당장 그리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국가 부도 선언 시 통화절하와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된다. 그리스의 드라크마가 부활할 경우 단기적으로 통화가치 절하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침체의 이중고(二重苦)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국가 부도를 선언한 이후 경기가 정상화 되는 과정은 통화가치 평가 절하→ 수출가격 경쟁력 개선→ 무역수지 흑자 전환→ 자국 유동성 확보→ 경제 정상화로 진행된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수출 비중이 작은 그리스가 이 같은 정상화 과정에 착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하다.
즉,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 선언 및 유럽연합(EU) 탈퇴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지금당장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고 EU와 그리스 모두 이런 시나리오를 원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유럽 관련한 정책 이벤트도 증시의 중요 변수다. 당분간 국내외 증시는 EU와 그리스의 행보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EU에 관련된 정책 이벤트에 관심을 가질 시점이다. 5월23일 EU정상회담, 6월6일 ECB 통화정책회의, 6월17일 그리스 재총선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럽 우려가 당장 가시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증시가 위험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증시에서 경계심을 일정 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하단 1770P~1840P 추정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2011년 8월 Perfect Storm 국면(당시 국내 증시 12개월 예상 PER 저점 7.88배)과 2011년 11월 이탈리아 위기설이 빠르게 확산된 국면(당시 국내 증시 12개월 예상 PER 저점 8.25배)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 시 코스피 하단은 각각 1770P와 1840P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유럽 문제가 발생 했을 때와는 달리 현재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실행으로 은행의 유동성 부족 위험은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그리스 문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위험 수준은 이미 상당 부문 증시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단 극닥적인 상황을 배제한 경우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2011년 그리스는 EU를 탈퇴하거나 국가부도 선언을 하지 않았다”며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 된다면 위에서 추정한 코스피 하단도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시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장이 5월 둘째주 기준으로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정점에서 기록한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비해 10~15% 개선된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나타내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스의 선거결과 이전 우려되는 혼란이 이미 상당히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현재 12개월 선행 PBR은 1.15배로 지난해 저점 1.069배에 비해 10% 가량 고평가 돼있는 점으로 미뤄보아 1700대 중반 에서는 등락 범위의 저점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