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 확대 국면에 접어든 지 3년째를 맞는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회복을 이끌 수 있을까.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올 2분기까지 늘어날 경우 이는 12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난 3년간 경기 확장세가 지나치게 완만하다며 미국 경제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0개 시장조사업체의 전망을 평균한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스에 따르면 2분기 GDP 연 성장률은 2.2%로 예상된다.
이는 12개 분기 평균치인 2.4%를 밑도는 수치다.
블루칩 조사에서는 1950년 이후 모든 경기 확대 국면에서 12개 분기 연속으로 평균 연율 성장률이 2.4%의 저조한 성적을 낸 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침체 이후 회복 속도가 그 외 시기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3년간의 성장률은 매우 부진하다는 이야기다.
1974~1975년과 1981~1982년의 대불황 후 12개 분기의 평균 성장률은 각각 연율 4.5%와 5.8%였다.
1990~1991년과 2001년의 미니 불황 후에도 첫 12개 분기의 성장률은 각각 3.2%와 2.9%였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하강 위험과 미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재정위기를 미 경기 둔화의 주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경기 하강과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미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가 이를 막기 위해 올해 말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13년에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재정지출 삭감과 증세가 이뤄진다.
지난해 의회가 1조2000억달러의 지출 삭감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수천만 명의 미국민이 혜택을 받는 소득세 감세는 효력을 잃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될 전망이다.
정부 지출을 어디서 얼마나 줄일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가 재정 절벽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회 예산국은 재정 절벽이 현실화할 경우 실업률은 올 연말 8.9%에서 내년 말에는 9.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10월부터 시작되는 차기 연방 회계연도의 성장률은 불과 1.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모든 감세조치가 연장되고 재정 지출 삭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률은 3%, 실업률은 8%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3월 실업률은 8.2%였다.
앞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은 재정 절벽이 미칠 악영향을 누차 경고해왔다.
지난 16일 공개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의회가 합의하지 않으면 내년 초 심각한 재정 긴축이 발동될 것이라며 이는 신규 고용과 투자 보류로 연결돼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50명 중 3분의1이 성장의 최대 리스크로 정치권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로존이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센트럴플로리다대학의 숀 스나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에서 적어도 한 나라는 이탈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줄리아 코로나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나라가 나오면 영향은 크다”며 “이는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많은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 절벽(fiscal cliff)
기존 집행하던 예산을 갑자기 삭감하거나 중단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