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정민 "유명해지고 싶었다. 뮤지컬을 위해서"

입력 2012-05-22 19:04 수정 2012-05-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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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역을 맡았다. 22일 '맨오브라만차' 제작발표회를 마친 그와 만났다.

배우 황정민의 명품 연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만, 그가 뮤지컬 배우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99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배우 생활을 본격 시작한 그는 이후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상업 영화에 출연하면서 누구보다 유명해지고 싶었다. 뮤지컬을 위해, 무대를 위해서였다. 영화를 통해 황정민을 접한 이들이 뮤지컬에도 시선을 돌릴 수 있길 기대했다.

"유명해지고 싶었다. 무명 시절, (언제나처럼) 열심히 했지만 관객이 없어 공연을 못 올린 적이 있었다.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유명지기로. 영화든 드라마든 황정민을 아는 관객들이 뮤지컬도 보러 올 수 있게 되길 기다렸다. '영화를 하던 배우가 뮤지컬도 하네'라고 생각해도 좋고, 색다른 매력을 느껴줘도 좋다. 나를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을 접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정말 큰 행복일 것 같다."

3년 만에 뮤지컬 복귀이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뮤지컬 공백는 더 컸다. 그리움이 컸던 탓일까.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연습에 임하고 첫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황정민은 앞서 영화 '댄싱퀸', 드라마 '한반도'에 출연했다. 이후에도 영화 '신세계' '전설의 주먹' 등 쉴 틈이 없다. 다작배우 특유의 피곤한 기색이 느껴질 법도 한 데 천만의 말씀이다. 만성피로는 '남'의 이야기다.

"배우는 새로운 작품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을 때 연기를 하고 쉬고 싶을 때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라는 직업을 택했기 때문에 관객과의 약속이다. 휴식은 틈틈이 잘 취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요즘엔 뮤지컬 연습을 하니 드라마나 영화보단 여유가 있다. 일곱살 난 친구(그는 아들을 '친구'라고 표현했다)가 있는데 그 친구 보는 게 내 낙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다."

다양한 대중예술 장르 중에서도 뮤지컬은 의미가 남다른 무대다. 단순히 출발점을 넘어 그에게는 에너지의 원천과 같은 존재다. '무대 위에는 아무나 설 수 없다'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아로새기고 뮤지컬 배우로 출발했다. 덕분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고마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400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맨오브라만차'다.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계원예술고등학교 시절 '맨오브라만차'의 넘버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을 뭣모르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내가 출연한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마지막 장면에도 썼다. 400년도 더 된 소설이 지금도 통한다. 공룡이 나올 것 같은 400년 전의 (작품 속) 사상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하지? 대단하지 않나. '맨오브라만차'는 꿈과 희망 등 시대를 관통하는 뭔가가 있다."

'맨오브라만차'에서 황정민은 소설가 세르반테스와 세르반테스의 소설 속 주인공 알론조(돈키호테)로 분한다.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어 자신을 기사 돈키호테라고 착각한다. 그의 출연작 중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맡았던 슈퍼팬이라 믿던 남자와 닮은 구석이 있다. 알론조는 세상사를 모두 경험한 노부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작품이 이야기하는 꿈과 희망.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실 '그냥 그냥 살지 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런데 나만 봐도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초심대로 살고 있나'라고 되묻게 되더라. 다들 지금 내게 잘 한다지만 따지고 보면 데뷔 당시와 나는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연기할 수록 어렵다.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이번 뮤지컬을 마치고 나면 황정민은 다시 충무로로 돌아간다. 뮤지컬에서 얻은 에너지를 스크린에 한 번 더 쏟아부을 셈이다. 올 겨울에는 소극장 뮤지컬도 선보일 계획이다. 영화, 드라마에서 제 속에 쌓인 체증을 쏟아내는, 일종의 정화작업이다. 무대에서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 "영화로 인기를 얻었는데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이 돌아온다.

"그럴 수도 있겠다. 영화 출연제의가 안 들어오면 큰일인데? 작품이 좋으면 다 합니다(웃음)."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오는 6월22일부터 10월7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6만~13만. 문의 1588-5212

*'맨 오브 라만차', 세르반테스作 돈키호테는…

라만차에 살고 있는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자신이 돈키호테라는 기사라고 착각하고 시종인 산초와 모험을 찾아 떠난다.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지 않나, 여관을 성이랍시고 찾아 들어가 하녀인 알돈자에게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무릎을 꿇지 않나, 여관주인을 성주라고 착각하고 기사작위를 수여 받고 면도대야를 황금투구라고 우기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듯 알돈자 역시 돈키호테를 미친 노인이라고 무시하지만, 결국 그의 진심에 감동받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돈키호테 덕분에 알돈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억센 노새끌이들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만다. 다음 날 엉망이 된 알돈자를 발견한 돈키호테는 여전히 그녀는 아름다운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무릎을 꿇지만, 절망에 빠진 알돈자는 자신은 숙녀도 아니며 더럽고 천한 거리의 여자일 뿐이라고 울부짖는다. 알돈자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돈키호테 앞에 이번에는 거울의 기사들이 나타나 결투를 신청한다. 거울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본 알론조는 자신이 기사 돈키호테가 아니라 그저 한 노인임을 깨닫고 쓰러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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