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이노텍이 독일 오스람과의 LED 특허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 심판 9부(심판장 고준호)는 삼성이 지난해 3월 제기한 독일 조명업체 오스람의 LED 핵심 특허 2건에 대한 무효심판에서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22일 오스람 특허를 무효로 결정했다.
문제가 된 특허 2건은 LED가 내는 청색광을 백색광으로 바꾸는 ‘화이트 컨버전’. 이 기술은 LED조명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아 오스람은 국내 LED 산업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특허심판원은 “해당 기술은 선행 자료와 비교했을 때 진보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특허의 정정명세서 기재 내용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스람의 화이트 컨버전 특허가 무효화된 건 이번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유럽 법원도 지난해 2월 오스람과 대만 킹브라이트와의 소송에 대해 “화이트컨버전은 이미 오픈된 기술이기 때문에 특허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람이 소송에서 주장하는 근거가 사라진 셈이어서 국내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최근 오스람과의 특허 분쟁에서 먼저 승리를 거뒀다.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오스람이 LG이노텍을 상대로 신청한 LED 특허권 침해 건에 대해 무혐의 판정했다.
이번 결정은 특히 오스람과 삼성·LG 간에 얽힌 특허 소송전의 실마리를 풀어줄 판정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스람과 삼성·LG는 지난해 3월 이후 한국 중국 미국 등지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삼성과 LG가 한국에서 먼저 기선을 잡았다.
오스람이 국내 기업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던 이유는 급성장하고 있는 차세대 조명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전 세계 조명 시장은 네덜란드 필립스와 독일 오스람,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등이 ‘삼분’해 왔다.
하지만 조명시장의 무게중심이 형광등과 백열등에서 LED로 이동하면서 삼성과 LG가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업계는 시장에선 세계 최고의 제조경쟁력을 갖춘 삼성과 LG가 LED조명 시장에 뛰어들면서 조명시장 판도가 급격히 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과 LG는 오스람과의 특허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한 후 핵심 LED특허를 기반으로 오스람에 대한 특허공세를 확대할 전망이다. 삼성과 LG 양사 모두 전세계적으로 4000여건의 LED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