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19대 국회 문 열리면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부터"

입력 2012-05-23 13:59 수정 2012-05-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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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전문가 4인 긴급 좌담회

▲(왼쪽부터) 김동철 고려대학교 교수,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이규연 한국거래소 상무
우리 자본시장은 20년전 외국인에게 시장을 개방한 이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란 변곡점을 지나면서 괄목할 성장을 했다. 그러나 아직 질적 성장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시는 대외변수와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으며 금융투자회사들은 해외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서 한정된 수수료에만 목을 매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란 자본시장의 역할에서도 빈틈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에서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회사들의 위상을 높이고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글로벌IB 육성과 인프라 선진화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회사들의 노력 뿐 아니라 현 상황에 적합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과 규제는 시장 및 금융투자회사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족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투데이는 한국 자본시장 관련 규제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회사들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자본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지상(紙上)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는 김동철 고려대학교 교수,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이규연 한국거래소 상무가 참여했다.(가나다 순)

-사회: 이달 말이면 제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다. 이번 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돼야 할 법안이 있다면.

▲김필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가 무엇보다 급하다.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정도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다.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이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것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는데도 큰 이유가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더욱 전문·대형화하고 헤지펀드 등 하이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를 확보해 개인들의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김학수: 18대 국회에서 통과를 추진했던 자본시장법, 금융소비자법, 예금자보호법 등 소위 금융 3법 모두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가장 시급하고 필수적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투자은행 육성을 통해 신성장동력 혁신·중소기업과 플랜트·SOC 등 우리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금융차원에서 활발히 지원할 수 있다.

IT와 회계, 법률 등 투자은행의 후선업무(Back Office) 기능도 동반 성장하게 돼 청년층에 양질의 일자리 제공도 가능해진다.

또 한국거래소의 역량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대체거래소(ATS) 도입과 G20에서 연내 설립키로 합의한 장외파생거래 중앙청산소(CCP) 설립을 위해서도 자본시장법은 최우선으로 통과돼야 한다.

자통법 개정안 처리는 개정상법에 따라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등의 법상태를 시급히 개선하고 전자주주총회 활성화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등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는지.

▲김동철: 금융산업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에 달려있는 문제다.

금융산업을 단순히 실물산업의 보조적인 역할로만 본다면 선진국들의 규제강화 움직임이 중요한 벤치마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본다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미국 금융산업의 활동무대는 국내시장이 글로벌시장이고 글로벌시장이 국내시장과 마찬가지로 구분 자체가 별의미가 없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 금융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 정부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국내에서는 경쟁을 유발해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완화하거나 풀어서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

▲김학수: 규제 강화는 사안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할 일이다.

미국 등은 헤지펀드, PI 등 리스크가 큰 투자은행 업무가 과도하게 수행됨에 따라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이에 따라 규제를 강화해 전통IB 기능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금융투자업은 아직 단순한 위탁매매·중개 영업에 치중하면서 전통IB 업무에 진입한 단계에 불과해 앞으로 투자은행 업무를 보다 활성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의 일부 규제완화는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수준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김필규: 금융안전성과 건전성 등과 관련된 규제의 경우에는 선진국들의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업무부문 등에 대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

-사회: 글로벌IB 재편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정책을 제안한다면

▲김필규: 글로벌 금융회사가 레버리지에 의한 자기자본 투자와 파생상품에 대한 과도한 노출 등으로 인해 부실화 됐다.

이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IB 구조의 대변화는 한국 금융투자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금융투자산업 및 자본시장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제고하는 금융정책이 필요하며 특히 아시아 지역의 금융투자산업 진출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김동철: IB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형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형화로 가는 과정에 대한 실체적 규제 뿐 아니라 국민 정서적 장애도 상당하다고 본다.

국민 정서적 장애는 금융당국으로서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국내 자본의 집적·대형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또 대형 해외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글로벌IB 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기업금융의 역할을 담당하는 글로벌IB도 육성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는 정부 주도가 바람직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자본이 주도하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사회: 과도한 규제로 인해 ELW·FX마진 등 파생상품시장이 '고사(枯死)' 직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김필규: 시장에 대한 규제는 투자자보호 및 금융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 일부 파생상품의 경우 일반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에 따른 적정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김학수: 그동안 파생상품시장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반면 ELW 유동성공급자(LP)의 과도한 호가제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 FX마진 거래 투자자의 손실 등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파생상품시장 내 과도한 투기성을 완화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작년 말 시장건전화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사회: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동철: 먼저 누구를 위한 상품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상품들은 개인들의 헷징 목적에 사용된다면 적극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하겠지만 투기적 목적으로만 사용된다면 꼭 활성화 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ELW와 비슷한 속성의 옵션보다 ELW만 활성화시켜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지 ELW가 왜 한국과 홍콩 등에서만 유독 거래가 활발한지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시장만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은 금융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 최근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거래소는 ETF 시장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이규연: 한국 ETF 시장은 개장 10년만에 120개 종목이 거래되는 순자산 1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저비용, 투명성, 분산투자 등의 장점을 갖고 있는 ETF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거래소는 앞으로 비철금속 실물 ETF, 액티브 ETF 등 다양한 기초자산과 운용전략을 가진 신종 ETF의 도입과 유수의 외국 ETF의 국내 상장을 통해 상품 다양화를 제고하고 자산운용업계와 공동으로 ETF 투자자 교육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ETF 시장의 투자자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김동철: 일단 한국형 헤지펀드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시행을 통해서 얻어진 불필요한 규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사례들이 축적되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시간이 흐른뒤 개별 규제에 대해 다시 검토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규제가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것은 운용사 입장에만 국한된 것일 수 있다. 투자자입장에서도 그런가는 다른 문제다.

분명한 것은 투자자보호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규: 헤지펀드 규제는 점진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을 갖고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제는 점진적으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

▲김학수: 헤지펀드가 자생적으로 성장한 외국과 달리 우리는 법규의 영역내에서 하나의 제도로서 헤지펀드가 도입됐다.

아직 제도도입 초기로 운용실적 등이 전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건전한 초기시장 형성 등을 위해 운용사 진입 장벽 등의 규제를 설정한 것이다.

제도가 도입된지 5개월이 지난 현재 헤지펀드는 약 58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투자자 저변도 보험사·개인 등으로 점차 다변화 되는 추세에 있다.

시장 스스로도 전문인력 확보, 운용기업 선진화 등을 통해 운용실적으로 점차 축적해 나가는 확장 단계다.

앞으로 정부는 건전한 헤지펀드 시장 안착을 위해 증권대차, 수탁, 회계 등 헤지펀드 생태계 정비에 주력하는 한편 시장상황을 살피면서 능력 있는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 완화 등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하반기 중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시장참여자들과 정기적인 간담회 및 헤지펀드 관련 국제세미나 등을 통해 의견 수렴 후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 면허 남발로 증권·운용사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필규: 정부에 의한 구조조정보다는 진입과 더불어 퇴출 및 M&A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산업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도모하는 정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중소형 증권회사들의 경우에는 리테일 부문을 등한시한 전문화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업무에 전문화된 업무를 개발하고 특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김학수: 증권·운용사의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입각해 자체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자산운용업은 운용사 부실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가 없으므로 자유로운 진입을 통해 혁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시장경쟁에 의해 업계 자율적 구조조정이 발생하면서 전체 업권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향후 자산운용업 인가정책은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김동철: 정부는 시장참여자가 많아지면 경쟁이 유발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런 판단은 틀렸다는 것이 판명 난 것 같다.

수적으로 포화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선두그룹 회사들의 대형화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화의 이점이 있을 때 정부개입 없이 시장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어떤 정책적인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를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시장 기능에 의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회: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주식시장(코넥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은.

▲김필규: 기업의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코넥스 도입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다만 시장의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향후 시장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규연: 코넥스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시장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코넥스는 코스닥 시장과 같은 높은 유동성 제공 목적보다는 창업초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원활화, 모험자본의 자금회수 기회 제공 등이 주된 목적이다.

또 그동안 다양한 각도에서 코넥스의 상장수료를 추정한 결과 잠재 상장수요는 충분한 것으로 본다.

▲김학수: 코넥스시장은 창업·성장초기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활용도를 제고하고자 상장의 걸림돌인 진입요건·공시의무는 대폭 완화하되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시장참여자는 전문투자자로 제한된다.

또 증권사가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상장시키고 투자자들에 관련 기업정보를 제공하며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구조다.

코넥스는 기관투자자의 호흡이 긴 자금이 공급되는 시장으로 코스닥 등 정규시장처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시장은 아니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증가된 현실 등을 감안해 코넥스의 안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선 투자수요 확대를 위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기과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신설 초기에는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투자토록 할 것이다.

중소기업 투자에 전문성을 가진 벤처캐피탈도 코넥스에 참여토록 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을 발굴·상장시키고 자기자본투자도 하는 증권사의 역할강화를 위한 인센티브도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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