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에서 출발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거져 인도로 향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 협정이 20년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업은 4국의 첫 글자를 따 통상‘TAPI’라고 불린다.
인도 최대 가스업체인 국영 인도가스공사(GAIL)와 파키스탄의 인터스테이트가스시스템(PVT) 이날 투르크메니스탄(이하 투르크멘)과 가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양국의 가스 공급 계약 체결에 따라 20년간 끌어온 76억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가스관 건설 사업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관의 총길이는 1100마일(약 1800㎞)이며, 하루 최대 9000만㎥의 천연가스를 운송한다.
대부분은 인도와 파키스탄에 공급되며, 나머지는 아프간의 발전소에 공급된다.
4국은 향후 파이프라인 부설과 운영을 위한 제휴처를 물색할 계획이다.
계약대로라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5년 안에 가스관 공사를 마무리하고 20년 간 매년 330억㎥의 가스를 투르크멘에서 공급받게 된다.
아프가니스탄도 가스 공급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 폭동과 협정국간 경제 문제에 대한 견해차 등을 이유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사업을 지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투르크멘과의 협정 체결을 ‘역사적인 합의’라고 강조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분리·독립 때부터 갈등과 전쟁이 계속됐지만 최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해왔다.
이번 협정은 양국이 경제적으로 친밀해질 뿐 아니라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WSJ는 전했다.
투르크멘의 입장에서는 이번 가스관 건설사업으로 러시아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각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파키스탄과의 경계 지역은 탈레반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전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앤드류 네프 에너지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불안감은 서방은행들의 재정지원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번 협정 체결은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이 협상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1990년대부터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대변인은 22일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며 “참여국들이 이에 탄력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이번 프로젝트와 별도로 인근국 이란과 가스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