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DPI 도입 두고 딜레마

입력 2012-05-25 09:25 수정 2012-05-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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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자니 투자비 부담 가중...하자니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

통신업계가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전송량(패킷) 분석을 위한 ‘딥패킷인스펙션(DPI)’도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에게 요금을 부과하기 위해 패킷 분석이 필요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패킷감청 솔루션인 DPI 도입을 위해 하반기 1000억원대 예산을 편성했다. 1차 시범사업을 위해 최근 세계 DPI 솔루션 1위업체 샌드바인과 시범사업용 DPI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시범사업 이후 오는 하반기에 정식으로 800억원 규모의 DPI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이통사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이 발생시킨 패킷을 파악해 요금을 부과하거나 차단시키는 등 트래픽을 차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통신업계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DPI 기술이 개인정보침해를 소지할 수 있다는 논란이 통신업계의 고민거리로 대두됐다. 통신업계가 이용자들의 패킷을 나열한 뒤 망 과부하를 발생시키는 콘텐츠를 법적 근거 없이 감청을 하기 때문. 이 경우 통신업계가 법적 절차없이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네덜란드가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추가 요금을 물리지 못하도록 하는 ‘망중립성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용자들이 “내가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쓰는지 왜 이통사가 알아야 하느냐”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진보넷과 경제정의실천연합이 SKT와 KT를 상대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차단에 대해 고발한 사례도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통신감청 기술인 DPI를 이용한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됐다.

이통사가 패킷을 분석해 차단하는 트래픽 관리 행위가 보편화될 경우 인터넷 경제 및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와 같은 기본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신의 트래픽이 일상적으로 제어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이용자라 하더라도 이것이 고의에 의한 것인지 망 혼잡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명성이 부족할 경우 소비자 혼란과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면 SK텔레콤, KT, LG U+와 같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50조 금지행위에서도 경쟁 또는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다양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망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망 이용료를 재원으로 더 나은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설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유이다.

이석채 KT 회장도 “공짜 점심은 없다”면서 “네트워크는 희소 자원인데 마음대로 쓴다면 누군가가 돈을 내는 것이고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서는 DPI 장비 도입이 필수”라면서 “오고 가는 패킷을 세부적으로 검출해 분석하는 DPI는 객관적인 기준 마련과 운영에 도움을 주므로 네트워크 중간 계위에 DPI를 적용하면 유형별 관리만 수행하므로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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