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고문은 “생각이나 소신·철학을 바꾸면 후보가 될 수 있고 한나라당의 대통령도 될 수 있었겠지만, 제가 한나라당(에서 한) 행적이나 소신발언을 생각해달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어 “한나라당에서 도저히 제 소신을 그대로 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대변인을 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민주)당의 대표를 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그래도 께름칙한 게 남아있는 데 대해서 저 자신을 성찰한다”고 말했다.
과거 손 고문은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 김 전 대통령을 향해 “행동하는 흑심(黑心)”이라고 비난했었다. DJ의 정치철학인 ‘행동하는 양심’을 비꼰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선 ‘경포대’ (경제는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해 친노무현 세력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고문을 향해 “보따리 장수”라고 표현하며 앙갚음을 했다.
손 고문은 노 전 대통령 3주기인 지난 23일엔 “이제는 제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벗어나고 싶다”는 글을 썼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려놓았다. 야권의 대선 주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표현인 셈이다. 민주당이 ‘김·노 정신’을 승계한다면서 ‘유훈 정치’에 비중을 두는 가운데 자신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정체성’을 강조하고 나선 거다.
손 고문은 이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닮고 싶은 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은 멀리보는 비전을 갖고, 대한민국과 통일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신 분”이라며 “무엇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민생정치를 펼치신 분”이라고 한껏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