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인의 납세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자 그리스가 발끈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라가르드는 26일(현지시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리스 위기보다 아프리카 어린이의 빈곤을 더 걱정한다”면서 “많은 그리스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리스인이 세금을 내 스스로 일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이 보도되자 그리스가 발끈했다.
라가르드의 페이스북에 1만건이 넘는 반박 메시지가 붙었고, 27일 오후에는 ‘그리스인은 라가르드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새로운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한 그리스인은 “세금을 내라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라면서 “집사람은 4년째 실직이며 나도 5개월째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4살짜리 아이까지 있는 우리더러 세금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그리스인은 “생활고로 자살한 그리스인 3000명의 유족과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100만명의 그리스인에게 세금을 내라고 말해 보라”고 비난했다.
그는 라가르드가 아프리카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아프리카를 오랫동안 식민 통치하면서 착취한 당신네 나라(프랑스)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해보라”라고 비꼬았다.
퇴직 공무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그리스 여성은 “단 한 푼도 탈세한 적이 없다”면서 “그런 나와 우리 가족을 당신은 세금 도독과 똑같이 취급했으니 사과하라”고 흥분했다.
그리스 정계도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라가르드를 공격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는 “라가르드가 그리스를 모욕했다”고 반박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당수 역시 “그리스인은 세금을 낸다”면서“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흥분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내고 “(라가르드의 발언이) 순진하고 낡은 것”이라며 “지금은 교훈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명에 나섰다.
그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밝혔듯이 나는 그리스 국민과 그들이 직면한 도전에 매우 연민을 느낀다”면서 “그리스가 시련을 극복하도록 IMF가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는 세금 부문에 대해 “그리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모든 이가 공정한 부담을 이행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