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선출직이다. 선거에서 떨어지면 야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대폭 늘었음에도 기존 의원들이 대거 떨어졌다. 낙선 후 잠시나마 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터. 하지만 일부 의원은 당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쉬지도 못하고 중책을 맡기도 했다. 훌훌 털고 지역구에 전념하는 전 의원들도 있다. 올해는 대선이 눈앞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낙선자들도 즐비하다. 무엇보다 낙선 후 은둔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인물도 있다. 이들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점검해 봤다.
든든한 후원세력인 민주노총도 사태 해결 때까지 조건부 지지철회를 선언하면서 강 의원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당은 구당권파와 신당권파로 나뉘어 평행선을 달렸다. 당 중앙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혁신비대위와 구당권파가 모여 만든 당원비대위가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지난 22일 새벽 ‘당의 심장’과도 같은 당원명부가 저장된 서버를 압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강 의원은 혁신비대위원장으로서 5월 말까지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를 해결하고 6월말까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토록 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상태다.
같은 당 권영길 의원은 19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총선 지원에 전력을 다했다. 권 의원은 최근 트위터로 당 내분 해결을 위해 훈수를 두고 있다. 지난 21일 트위터에 “이석기·김재연 두 당선자에게 출당조치를 단행하려는 시점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것은 비대위 개혁작업을 방해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지난 23일에는 “강기갑의 생명체는 진정성”이라며 “그 ‘강기갑’이 통합진보당 쇄신을 위해 난관 속에 온 몸을 던지고 있다. 도와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 지역구 올인형 = 지난 4월 총선에서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 민주통합당 소속 김부겸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부겸 의원은 대구 수성구에서 40%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선전했으나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52%)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석패했다. 선거에서 석패는 의미가 없다. 당선과 낙선만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 의원이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게 야당 주변의 주장이다. 낙선했음에도 김부겸 의원은 대구를 떠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지역구에서 다시 한번 국회의원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실제로 김부겸 의원은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대구로 돌아와 많은 것을 받고, 오길 잘 했다고 느꼈다”며 “심장이 쿵쾅거리던 첫 연애 시절처럼 정치가 가슴 설다. 그런 대구를 왜 떠나겠느냐. 초심으로 돌아가 대구사람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을의 김희철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패배를 맛봤다. 이곳이 통합진보당과 야권단일화 경선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 맞붙었으나 패했던 것. 하지만 ’여론조사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물러났음에도 통진당 이상규 당선자가 승리한 곳이다.
김 의원은 오는 6월 중순 쯤 국토해양부 산하 도시환경문제연구소(가칭)를 지역 사무소에 설립해 도시의 주거환경과 개발문제 등을 연구하며 지역 현안 해결에 주력할 방침이다.
◇ 당 발전 충성형 = 이번 총선은 대선과 맞물려 있다. 비록 총선에서 떨어졌음에도 올 연말에 예정된 대선에서 일정 역할을 맡으려는 인사들이 많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의원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중 홍재형 국회 부의장이 눈길을 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홍재형 부의장은 29일 민주통합당 충북도당위원장직 추대대회에서 도당위원장으로 공식 추대됐다. 홍 부의장이 지난 22일 충북도당위원장직에 단독 신청함에 따라 확정된 것이다. 도당위원장을 맡아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도당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6월 초부터 2년이다. 홍 부의장은 연말 대선에서 충북지역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함께 낙선한 같은 당 정범구 의원도 빠른 시일 내 대선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당선자가 전략지역으로 선정돼 ‘단일 후보’로 확정된 광주 서을 지역구. 이곳의 김영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낙천 발표 이후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는 지지자들 속에 무소속 출마를 고심한 바 있으나 당을 버릴 수 없고 후배 정치인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12월 대선승리와 정권교체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은둔 잠적형 = 낙선하면 허탈하기 마련이다. 허탈하기에 누구나 잠시 쉬면서 재충전하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서울 관악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부정선거 논란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사퇴 후 열심히 당 대표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당 내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이 발생하면서 지난 12일 당 중앙위원회 개최 직전에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로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를 떴다.
다음날인 13일 트위터에 “저는 죄인입니다.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무능력의 죄에 모든 매를 맞겠습니다”며 “침묵의 형벌을 받겠습니다. 저를 실패의 본보기로 삼아주십시오”라고 밝혀 칩거를 예고한 뒤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침묵의 형벌이라는 것은 귀도 막고 입도 막아야 하는 일”이라며 “현재 집에서 쉬면서 일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광주 북을 김재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당의 공천을 받은 임내현 전 광주고검장에게 패했다. 김재균 의원은 당시 “당을 장악한 특정 친노 486은 공천과정에서 원칙과 기준도 없이 호남 현역 의원만 탈락시키고 공천학살을 자행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트위터에 “선거 이후 사무실을 양산동으로 옮기고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며 “주민들로부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항상 감사하는 마음 가득하다”고 최근 자신의 근황을 설명했다.
◇ 법원 판결 확정형 = 임기 20일 남겨 놓고 의원직을 박탈당한 사례도 있다. 경기 의정부을의 강성종 전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학교법인 신흥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신흥대학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10일 대법원 유죄판결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강성종 전 의원은 지난 16일 신흥대학이 개교 40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날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학생, 교직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