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금융’ 허와 실]유언비어 흘리고 개미 유인…실제 ‘작전세력’과 똑같아

입력 2012-05-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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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전업투자자 강현수(박용하). 일개 개미투자자에 불과했던 강현수는 ‘작전주’ 대산토건을 추격해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 일을 계기로 전직 조폭 출신으로 ‘부띠크’를 운영중인 황종구(박희순)가 추진하는 ‘600억 주가 조작 계획’에 가담하게 된다.

‘600억 주가 조작 계획’의 작전은 간단했다. 부실 건설사 대산토건이 수질개선 박테리아 연구를 하고 있는 환경기술 테마주 '한결벤처'에 투자한다는 소문을 주식시장에 퍼트린 다음 ‘쩐주’의 돈을 투입해 주가를 끌어올려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이들은 유명한 주식 스타 강사를 통한 여론 몰이에 나서는가 하며 검은 머리 외국인을 이용해 외국 자본까지 끌어들이며 판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눈 먼 개미들은 '불나방'처럼 이들의 작전에 휘말려들기 시작한다.

지난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작전’의 내용이다. 개봉 당시 영화는 주식시장의 흐름을 조작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작전세력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영화 ‘작전’ 속 작전은 증권가에선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다. 올 초에도 영화 속 '작전'을 방불케하는 주가조작 사건이 증권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북한 경수로가 폭발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하고 시세차익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것.

지난 2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달 메신저를 이용, 유언비어 유포로 주가를 떨어뜨린 송모(35·회사원)씨와 우모(27·무직)씨, 대학생 김모(19)군, 이모(29·회사원)씨 등 6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 경수로 폭발 루머와 제약사의 백신 개발 루머 등 허위사실을 퍼뜨려 증시에서 61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의 범행은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일단 한 대기업 직원으로 자회사의 재무팀장으로 파견됐던 송씨‘작전 자금 투자자’역할으로 회사돈을 횡령, 1억3000만원을 작전에 투입했다.

고교생 시절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대학생 김씨는 우씨와 함께 ‘작전 설계자’역할을 맡았다. 불구속된 이씨 등 3명은 자금을 모으는 일을 담당했다.

이들은 증권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쓰리 메신저’를 통해 “오전 11시쯤 북한 영변 경수로가 대폭발했다. 고농도 방사능이 유출됐고, 서울도 위험하다. 국가정보원이 사실 확인 중이다”라는 내용의 루머를 퍼뜨렸다.

진짜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번역기 프로그램으로 일본어 문장과 폭발 사진까지 첨부했다. 당시 1833.36포인트를 기록하던 코스피 지수는 소문이 퍼지자 불과 20여분 만에 지수는 1824.29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주가지수가 하락세를 기록하자 송씨는 미리 사둔 ‘풋옵션’을 내다 팔았고 이들은 단 9분만에 2900만원을 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2월에도 홍보대행사를 통해 ‘A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허위 호재성 정보를 유포, 해당 제약사에 7억4500만원을 투자해 4일 만에 3200만원의 수익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도는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작전주들의 ‘화려한(?)’기록들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아직도 작전주의 전설로 불리는 ‘리타워텍’의 경우 인수개발(A&D), 주식 스왑 등 각종 신종기법을 구사하며 100일만에 162배, 최저가 대비 200배 상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작전의 완결판이라 불리는 ‘UC아이콜스’도 있다. UC아이콜스의 시세조정 과정에서는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무리한 기업 인수, 불성실공시, 대주주 횡령, 작전 전문 브로커, 명동 사채업자 개입, 투자회사·외국 투자은행 개입 등 작전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수법이 동원됐다. 이에 UC아이콜스의 주가는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1000% 이상 뛰어올랐다.

‘플래닛82’의 경우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코스닥 시총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회사는 국책연구기관 KETI 소속 연구원까지 내세워 주가 조작에 나섰고 플래닛82의 윤상조 대표는 이를 통해 358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이처럼 갈수록 교묘화, 정교화 되는 작전 수법을 적발하기 위해 거래소와 금융감독원도 상시감시체제를 구축하는 등 적극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작전주들을 모두 감시,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각별한 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사실 일반 투자자들이 주가조작과 같은 불법 행위를 미리 인지하고 피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다양한 작전 유형을 숙지하고, 이른바 대박을 좇는 욕심을 버린다면 작전 세력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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