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금융’ 허와 실]하나대투 간접효과 ‘톡톡’…이미지 손상 억울한 기관도

입력 2012-05-30 08:24 수정 2012-05-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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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소 협찬기업 웃고 울고

▲영화 '여의도'에 한국예탁결제원이 촬영장소를 제공했다가 영화가 부정적 이미지를 그린데다 흥행에도 실패해 곤욕을 겪은 바 있다.
2010년 말에 개봉된 영화 ‘여의도’에서 주인공인 펀드매니저인 황우진 과장(김태우 분)이 한국예탁결제원 로비에서 출입카드를 대고 출근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이 장면을 두고 영화가 현장성이 떨어진 ‘옥의 티’ 장면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장면은 영화의 감독을 맡은 송정우 감독이 “실제 여의도에 생활하면서 여의도 증권사와 술집의 풍경을 세밀히 묘사하기 위해 5년간 준비했다”고 한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여의도 증권맨들의 부정적 모습을 그린 영화 ‘여의도’ 개봉 후 장소를 제공했던 한국결제예탁원이 부정적 이미지로 영화 관객들에게 비쳐져 잠깐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반면 비슷한 기간에 방송됐던 인기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촬영장소를 제공했던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는 이색 지점으로 드라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증권사 객장으로 부르기엔 실내 장식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시크릿 가든’에서 극중 CF감독 역할을 맡고 있는 윤슬(김사랑 분)의 스튜디오 사무실로 착각할 정도였다. 드라마 종료 후 입소문이 나면서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실적도 늘었다고 한다.

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장은 “‘시크릿 가든’외에도 ‘도망자’ 등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나 유명 인사들의 모임장소로 활용돼 홍보와 영업에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이 처럼 증권사들이 사무실이이나 객장을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제공했다가 흥행 성적이나 촬영 내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들이 직접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협찬사로 들어갈 경우에는 사전에 시나리오를 보고 간접광고 극대화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단순히 장소를 협찬하는 경우에는 영화 줄거리를 보고 협조해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흥행 성적에 따라 간접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처음 얘기한 줄거리와 실제 내용이 다를 경우나 전반적으로 관련 업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경우 촬영 장소 협찬 증권사들이 곤혹을 겪는 일이 발생한다. 돈 안들이고 간접광고 효과를 노리다가 오히려 이미지 손상만 당한 셈이다.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현대증권이 촬영 장소를 제공했다가 이미지가 하락해 직원들이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이 드라마에서 정준하가 손 되는 주식마다 주가가 폭락하는 전업투자자였지만 거의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드라마에서 정준하가 전직 증권사 직원이었다가 주가 폭락으로 고객 돈을 물론 자신의 투자금까지 모두 날려 퇴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을 현대증권 지점에서 촬영했는데 CI(기업 이미지)가 노출돼 고객들에게 현대증권에 투자하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해당 증권사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가 인기몰이 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 촬영장소를 제공해 화제가 됐다. 하나대투 청담금융센터 내부 모습.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에 증권사들이 장소협찬을 해 톡톡한 재미를 본 경우가 많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방영된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에 장소 협찬을 해 사명변경 후 이름을 알리는데 좋은 계기가 됐다. 이 드라마에서 정보석이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장소가 NH투자증권이었다.

하이투자증권도 수목드라마 ‘영재의 전성시대’에서 장소협찬을 해 시청자들에게 중소형증권사로서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극 중 배우 이유리가 억대 연봉을 코앞에 둔 미모의 애널리스트 역할을 해 시청자들에게 중소형증권사로서 하이투자증권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증권사 중 단골로 장소협찬을 자주 하는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와 ‘옥탑방 고양이’ 등에 장소협찬을 해 시청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직원들의 모습은 탐욕을 향해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모습이거나 엘리트로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으로 그려지고 있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최근 증권사들이 장소협찬을 할 때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펴본다고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소협찬 시 극중 증권사 직원이 부정적으로 그려질 경우 시청자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과거와 달리 시나리오를 꼼꼼히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간접효과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도 크지만 자칫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줄 경우 이미지 개선에 상당히 시간이 걸려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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