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효과 국민에 체감시켜주겠다고 인터넷서 술 파는 나라

입력 2012-05-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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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허용' 가닥…시민단체 반발·국산 역차별

정부간 의견 대립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던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가 곧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에도 소비자들이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효과를 체감하지 못하자 판매 규정까지 바꾸며 강수를 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주류의 인터넷 판매를 금지해왔는데, FTA 때문에 규제가 풀린다면 향후 거대 글로벌 자본의 로비로 인터넷에서 담배까지 파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3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가 다음 달 부터 전격 시행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주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를 빠르면 6월 중 개정해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청와대가 주재한 회의에서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관련 부처 고위 간부가 참석해 격론을 벌인지 일주일 만이다. 당시 국세청은 인터넷을 통해 와인이 판매되면 다른 술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무자료 거래에 따른 세금 탈루, 청소년 문제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의 중재로 판매 수량 제한과 성인인증 등 보완장치를 마련해 판매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의 인터넷 판매 허용이 임박했다고 알려지자 시민단체 등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가격인하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주류에 대한 청소년 접근이 용이해진다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정책국장은 “오프라인에서도 청소년에 대한 주류 판매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는데 인터넷에 열어놓으면 그걸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술도 파는데 담배는 인터넷서 왜 못파느냐는 소리도 들리겠다”고 꼬집었다.

맥주와 국내 과실주 등 각종 주류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국내주류업체들은 역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과실주 생산 업체 관계자는 “수입와인에 대한 온라인 판매 허용에 따라 복분자나 매실 등 국내 과실주나 민속주도 같이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이냐”며 “단순히 가격 때문이라면 수입업체들의 유통구조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당국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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