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30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 마감시한을 2014년으로 사실상 1년 연기해주기로 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회원국들에 대한 연례 경제정책 권고서를 발표한 뒤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 마감시한을 당초 계획한 2013년 말에서 1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렌 위원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지자체들의 과도한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2013~2014년 2년간의 분명한 재정 운용 계획을 제출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렌 위원의 발언은 최근 스페인 당국자들과 긴밀하게 접촉해온 뒤 나온 것이다.
마감 시한 연기 여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과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검토돼 오는 6월28~29일 열릴 EU 정상회의에서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렌 위원의 이날 발표가 사실상 스페인에 연기를 승인해준 것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EU 관계자들은 스페인의 경우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은행 부실에 따른 자본 확충 수요가 크고 카탈루냐와 바스크 등 자치지역들의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과다한 데 따른 특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U의 관련 규정에도 과도한 경기침체 등 일부 특별한 상황에선 EU가 규제를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그간 재정적자 규정의 엄격한 준수를 강조해온 EU가 일부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처음으로 마감시한 연기를 허용하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는 일률적인 긴축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과도한 긴축을 비판하고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EU 내에서 이에 대한 지지가 최근 급속 확산되고 있다.
렌 위원은 “스페인 경제·채무 감축과 관련한 더 자세한 평가 보고서를 몇 주 안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집행위는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이 재정적자에 미칠 영향은 투입 자금이 정부 지출로 간주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정부가 방키아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자금 조달 방법 등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적자 규모도 아직 정확하게 산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U 규정에 따르면 정부가 은행에 투입하는 자금과 관련해 민간 투자자들처럼 시중 금리를 보장받으려 하느냐 여부로 재정 지출과 투자로 판정이 달라진다.
방키아 은행은 자본 재구성에 총 235억유로가 필요하다면서 스페인 정부에 180억유로의 지원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