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사회학]영화도 레스토랑도…섹시하게 포장하면 잘 팔려

입력 2012-05-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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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마케팅

“짧은 스커트 의무화 규정은 매력적인 의상을 통해 배드민턴의 재미를 더 높이려는 것이다.”

순수한 스포츠 무대에 난데없이 ‘미니스커트’가 화두로 등장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경기 흥행을 위해 의무적으로 여자선수들에게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BWF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들은 반드시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커트 또는 원피스 형태로 만든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속바지는 입어도 되지만 겉옷은 반드시 치마 차림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레스토랑 후터스는 ‘후터스 걸’로 불리는 여종업원의 섹시한 복장으로 성공한 사례
상대적으로 비인기종목인 여자 배드민턴에 선수들이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면 테니스처럼 여자 스타도 탄생하고 경기도 흥행할 것이란 계산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이슬람권과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성상품화’, ‘성차별’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

애당초 BWF는 이번 2012 세계단체선수권대회 부터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반발이 거세지자 무기한 연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다시 규정을 개정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여성성을 드러내려면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은 조금 더 몸에 달라붙게 만들어야 한다”며 유니폼 개정을 추진하다가 여성 단체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또한 비치발리볼, 배구, 체조, 육상 등의 종목에서도 여성들의 유니폼은 갈수록 ‘섹시’해지는 추세다.

여자 선수들의 더 짧아지고 더 달라붙는 섹시한 유니폼을 통해 스타선수의 탄생과 경기흥행을 노리는 것이다.

이는 비단 스포츠 현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섹슈얼마케팅을 이용하고 있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섹슈얼마케팅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섹스와 상품을 연계해서 소개하면 더 잘 팔린다는 마케팅용어다. 성이 자극에 고객의 몸과 마음이 반응해 제품 구매를 결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레이싱걸이 없는 모터쇼나 자동차 경주는 상상할 수도 없다. 제품 광고나 영화 포스터, 뮤직비디오 등에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정작 제품이나 영화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버거킹이 패리스 힐튼을 모델로 기용해 세차를 하면서 스파이스 비비큐 버거를 먹는 광고는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다.

▲표정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가 반려된 영화 ‘후궁’의 포스터
국내에서는 얼마전 영화 ‘후궁’의 포스터는 표정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반려가 되기도 했고, 가수 현아의 버블팝 뮤직비디오가 청소년들이 보기에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레스토랑 후터스는 섹슈얼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다.

후터스는 원래 올빼미란 뜻이지만 미국 속어로 ‘여성의 큰 가슴’을 의미한다. 이름처럼 후터스 걸들은 섹시한 복장을 입기 때문에 특히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탈리아 소도시에 위치한 한 카페도 여주인의 섹시한 의상으로 전국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8년간 카페를 운영해온 여주인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 것이 화제가 돼 가게를 찾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에 그 동네의 주민들이 시당국에 진정서를 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위 ‘베이글녀’(베이비 얼굴에 글래머 몸매), ‘청순글래머’, ‘꿀벅지’ 등 노골적으로 성적인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꿀벅지는 꿀을 발라 놓은 듯 매력적인 허벅지, 꿀처럼 달콤한 허벅지를 뜻하는 신조어다. 하지만 여성의 특정부위를 성적으로 비하하고 성희롱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여성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여성의 노출을 경제적 수치로 환산한 것도 있다.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주장한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 ‘헴라인 지수(Hemline Index)’가 바로 그것이다. 이 지수는 경기가 좋을 때 여성이 실크 스타킹을 보여주기 위해 치마를 짧게 입고 경기가 나쁠 때는 스타킹을 살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치마를 길게 입는다는 것에 착안했다.

올해 헴라인 지수는 44.38포인트로 지난해 뉴욕 패션 위크 때보다 9.34포인트 올랐다.

미국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지수에 근거해 ‘2012 뉴욕 가을·겨울 패션 위크’에 출품한 25명 디자이너들의 2092개 의상을 조사한 결과 스커트나 드레스의 길이가 전년보다 짧아져 올해 주식시장 강세와 경기 호조를 기대할만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메타브랜딩 최영일 이사는 “섹슈얼마케팅은 본능에 소구,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광고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며 “최근에는 TV광고, 지하철, 편의점 광고 등 미디어믹스로 인해 노출빈도가 높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성에 대한 개방화, 가치관의 변화로 섹슈얼에 센세이셔널이 더해지는 추세다. 자극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희소성을 찾고 있다”며 “ 때문에 종교, 정치인, 동성애 등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다양한 소재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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