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경매]‘가압류·가처분’ 스쳐봤다간 낭패

입력 2012-05-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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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맘에 쏙 드는데 등기부 떼보니 ‘꼬리표’

경매를 통해 상가를 매입하기로 마음먹은 이석구(48·가명)씨. 수일간 대법원 경매정보사이트를 뒤진 끝에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최저 입찰가격이 시세 대비 반값 수준인데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무엇보다 끌렸다.

이씨는 권리분석을 해보고 하자가 없으면 입찰할 생각으로 등기부등본을 열람했다. 등기부등본 갑구(소유권에 관한 사항)에 가처분이 설정돼 있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보통 소유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을 때 은행이 가압류를 거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처분은 또 뭐지?’. 머릿 속이 복잡해진 이씨는 입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입찰을 포기했다.

부동산의 소유자가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로 ‘가압류와 가처분’이 있다. 경매실무에서는 이처럼 가압류 또는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부동산을 자주 접하게 된다.

가압류 또는 가처분 결정이 난 부동산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경매에 약간의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가압류와 가처분의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할 줄 아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 채권회수 목적이라면 가압류 = 가압류란 채권자가 금전 회수에 앞서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함으로써 현재 상태을 보전해 장래의 강제집행을 위한 절차를 말한다.

가령 A가 B에게 돈을 빌린 후 갚지 않는다고 하자. 그러면 B는 법원에 가서 가압류 신청을 하게 된다. A가 함부로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임시조치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A가 자신의 재산을 빼돌렸다면 B로서는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압류된 물건에 대한 양도 및 매매는 불법이며, 설사 그런 행위가 이뤄졌다해도 인정받을 수 없다. 가압류라는 처분이 물건의 양도나 매매를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도 산 사람이 있다면 법적으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비단 경매뿐 아니라 모든 부동산 계약시 등기부등본을 떼어 확인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수 신청인은 특히 소유권 이전등기일과 가압류 설정일에 유의해야 한다. 가압류는 최우선순위일 때는 말소기준 권리가 돼 그 이후 설정된 권리는 모두 소멸한다. 그러나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기 전 가압류가 설정된 경우 경매를 통해 소멸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된다.

만약 A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가압류가 설정됐고, 그 상태에서 소유권이 B에게 넘어 갔다면 가압류는 소멸되지 않는다. 가압류권자가 경매신청을 하고 이후에 배당 요구를 한 경우 비로소 가압류도 소멸한다. 가압류가 여러 개 설정됐을 때는 우선순위에 따라 안분 배당이 이뤄지게 된다.

◇ 돈 이외 청구권 보전 목적이면‘가처분’ = 가압류가 금전채권이나 미래의 금전채권이 될 수 있는 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조치라면, 가처분은 금전채권 이외의 특정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일종의 재판으로서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물건이 현재 상황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채무자의 처분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분쟁 대상 부동산에 소유권 이전, 저당권·전세권·임차권 설정 등 일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이 대표적이다. 소유권에 대해 다툼이 있을 때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 또는 ‘소유권 말소등기 청구권’의 보전처분으로써 행하는 경우가 많다.

‘점유이전 금지 가처분’은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해당 부동산의 인도 또는 명도를 구하는 소송 전 또는 진행 중에 하는 보전처분이다. 이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고 ‘인도 또는 명도 청구소송’ 을 하게 되면 승소를 하더라도 점유자가 변경되었을 경우 변경된 점유자를 상대로 또 다시 소송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B가 소유한 상가에 3명의 임차인이 있었다. B는 어느 날 임차인 3명이 모두 나가는 조건으로 C에게 그 상가를 팔기로 하고 계약금을 받았다. 그런데 잔금을 지급기로 한 시일까지 임차인들(모두 또는 일부)이 상가에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음을 확인한 C는 잔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그러자 B는 “상가를 살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제3자인 D에게 이 상가를 팔겠다”고 말했다. 이 때 C가 취해야 할 행동이 바로 B의 상가에 대한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다.

입찰자 또는 매수자 입장에서 ‘처분금지 가처분등기’가 돼 있는 물건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토지소유자가 건물소유자를 상대로 건물 철거를 위해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이 결정을 내렸을 경우 가처분의 순위에 관계없이 그대로 경매가 진행될 수 있다. 이 때 매수인이 매수하더라도 나중에 가처분권자의 철거 소송이 인정되면 건물이 철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경매 입찰자가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와 가처분 일자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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