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대의 회사돈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 중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계열사인 스포츠토토의 박대호 대표를 절차를 무시한 채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인 자신이 대주주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자 자신을 해임하려는 것”이라며 부당한 해임 절차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향후 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의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표는 3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지난 25일 오전 강원기 오리온 대표 등 4명의 임원이 집무실로 찾아와 대주주의 결정사항이라며 문서 한 장을 읽고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통보문에는 “5월 25일부로 대표이사 박대호의 직위 해제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며 “이후로 이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 걸친 인사권 수용 거부”라고 밝혔다. 또 “작금의 불미스러운 상황을 조기 수습하고자 하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권 수용 거부란 지난 3월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담 회장 측이 제안한 단독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 안건이 부결된 것 등을 말한다.
당시 담 회장은 오리온그룹 재무담당 부사장 출신인 정선영 스포츠토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자 했지만 부결됐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지난 4월부터 오너 측이 추천한 정선영 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대주주가 요구한 인사내용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반박했다.
또 작금의 불미스러운 상황이란 최근 담 회장 스포츠토토 전 자금담당 부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경영인으로서 담 회장과 조경민 시장의 추가 횡령, 회사돈 빼돌리기 등을 지적하자 해임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자기들이 저지른 죄를 누명씌우려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지분 70%가까이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해임을 하자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이번 해임안건은 상당한 절차상 문제를 안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박 대표 해임 건이 담 회장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스포츠토토를 담 회장의 중요한 비자금 창구로 지목하고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30일 비자금 조성혐으로 구속된 스포츠토토 전 재경팀 부장 김모씨로부터 “임직원 급여를 빼돌려 만든 40억여원의 담 회장과 이화경 사장이 고급 와인과 롤렉스, 카르티에 같은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등 개인용도로 썼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박 대표가 담 회장의 해임에 반발해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스포츠토토 비자금과 관련해 박 대표가 새로운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담 회장이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