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케인즈, 당신이 틀렸습니다!

입력 2012-06-04 10:38 수정 2012-06-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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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경제부 차장

재정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주장한 방식이 100여년 전 대공황 때는 먹혔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틀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시행한 천문학적인 수준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각국은 케인즈의 방식이 대공황 때처럼 약효를 발하리라는 계산 하에 엄청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다.

각국은 ‘신(新) 뉴딜정책’을 표방하며 공공 사업을 만들어서 추진하고 국채 발행을 남발했다.

각종 명목으로 지원 구실을 만들어냈고 심지어 현금까지 뿌려댔다.

3년여가 흐른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떤가.

미국발 금융 위기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덮치면서 부양 노력은 엉망이 됐다.

유럽 지역 국가들은 물론 정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던 미국 경제까지 무너지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중국 인도 같은 신흥국들까지 성장 동력을 잃었다.

결국 대부분의 나라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작금의 위기를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케인즈식 처방전이 애초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 100년 전 방법을 21세기에 적용하는 것은 안일한 진단이 아니었나 싶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는 금융 위기가 한 세기에 두 번이나 발생했는 데도 말이다.

대공황 때는 수요 부족으로 돈을 풀면 해결됐지만 현재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경제 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 꼼짝을 하지 않는다.

미래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 소비는 얼어붙고 기업들 역시 투자를 꺼리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일본도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례적인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를 유지했으나 오히려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참담한 결과만 초래했다.

현재 세계 각국 역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때일 수록 오히려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앙은행이 통화공급량을 무제한으로 늘리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경제주체들이 돈을 풀 것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문제는 중앙은행들이 이 정도의 자금 여력이 있으며, 이를 시행할 각오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것이 손질하다 만 케인즈의 처방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각국 정부는 케인즈의 처방전을 옹호한 경제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면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

케인즈는 “겸허하게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치과의사와 같아야 한다”는 전제를 뒀었다.

각국은 케이즈의 처방을 실천하기에 앞서 고민했어야 했다.

새로운 데이터를 종합해 경제 이론을 대입해보고 가설을 세워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어야 했다.

자업자득이다.

결국 각국은 다시 위기의 출발선상에 섰다.

출구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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