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름값이 97일 만에 리터당 1900원대로 떨어지면서 ‘기름값 2000원 시대’를 마무리했다. 최근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제 유가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국내 기름값은 당분간 안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일 보다 0.37원 내려간 리터당 1999.25원을 기록했다. 전일에 이어 리터당 1900원대를 형성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름값은 지난 3일 리터당 1999.62원을 기록,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국내 기름값이 지난 2월27일(2001.07원) 사상 처음으로 2000원대로 올라선 뒤 97일 만이다.
이에 따라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기름값 하락세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기름값은 지난 4월18일 사상 최고가인 리터당 2062.55원을 기록한 뒤 4월23일부터 43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서울지역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울지역 기름값은 지난 4월 리터당 2100원대까지 올라간 뒤 지난달 중순부터 2000원대로 떨어졌다. 실제 서울지역 주유소 가격도 일부 구를 중심으로 최저가가 한층 내려간 상황이다. 지난 4월만 해도 서울 최저가는 리터당 1999원이었지만, 현재는 1925원(광진구 용마주유소)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역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2069.50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름값 하락세는 급락 중인 국제 유가와 연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자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4월 배럴당 120달러 수준이었다가 최근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8.43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도 지난 4월 배럴당 130달러 수준에서 최근 1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두 달 만에 가격이 약 21% 떨어지면서 국내 기름값 하락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국내 기름값 역시 이달까지는 완연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