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율 인상에 정치 생명을 건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개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노다 총리가 4일(현지시간) 방위상을 포함한 각료 5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다나카 나오키 방위상과 마에다 다케시 국토교통상, 가노 미치히코 농림수산상, 오가와 도시오 법무상, 지미 쇼자부로 금융상 등 5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야권으로부터 소비세율 인상 법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받아내기 위해 자질 시비가 일고 있는 인사들을 대거 물갈이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노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사회보장 등) 세제 개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진전시키기 위한 환경을 정비할 수 있도록 내각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며 개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참의원에서 문책 결의를 받은 다나카 방위상의 후임에 모리모토 사토시 다쿠쇼쿠대학 대학원 교수를 기용한 점이다.
방위상에 민간인이 기용된 것은 1954년 방위청 출범 이후 처음이다.
국토교통상에는 하타 유이치로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민주당)이 내정됐고, 법무상에는 다키 마고토 법무성 부대신(민주당 중의원), 농림수산상에는 군지 아키라 전 농림수산성 부대신, 금융상 겸 우정개혁상에는 마쓰시타 다다히로 부흥성 부대신(국민신당 중의원)이 각각 정해졌다.
그동안 야권은 소비세율 인상 관련 법안의 국회 심의에 응하는 조건으로 논란이 되는 각료의 교체를 요구해 왔다.
제1 야당인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는 3일 오전 일본 공영방송 NHK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각료를 교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요구했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문제의 각료에 대해 “처우를 빨리 결정내리라”고 촉구했다.
노다 총리는 야권의 요구에 응함으로써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21일 이전에 소비세율 인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다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관철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사실 노다 총리가 개각까지 단행하면서 야당의 요구에 응한 것은 민주당 내 반(反) 증세파인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는 오자와 그룹의 협조를 얻기 위해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 두 차례 오자와 전 대표와 회동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사람은 양측의 대립으로 당이 분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는 견해를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자와 전 대표는 지지세력이 약해 조기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두려워하고 있는 상태다.
노다 총리 역시 소비세율 인상을 위해 중의원을 해산할 경우 분당과 정치권 재편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노다 총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다.
정기국회 회기는 21일까지이지만 노다 총리는 18일 개막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멕시코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의 새로운 내각은 4일 저녁 임명을 받고 공식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