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인사이드]‘귀하신 공정위 변호사님’도 세종시 함께 갈까?

입력 2012-06-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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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전 앞두고 몸살…“기업들 본사 다 서울에 있는데”

▲일러스트 사유진 기자 yjsa2018@

“세종시 이전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 공정위 변호사들이 다른 곳으로 옮길까 걱정이에요. 공정거래법 분야는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문 변호사들 수 자체가 적은 데다 이분들은 공정위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곳으로 얼마든지 이직할 기회가 많거든요. 굳이 기존의 삶터를 떠나 세종시로 이사 할 만큼 공정위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며 남을지 모르겠네요."

오는 12월 충청남도에 위치한 세종시로의 이전을 앞두고 공정위에는 이같이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정거래법을 집행하는 공정위에는 여타 세종시 이전 부처들보다 변호사가 많다. 전국에 공정위 직원이 총 514명 있으며 이중 본청에 30명 정도의 변호사가 각국(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귀하신 공정위 변호사’들이 거처를 조만간 공정위서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공정위 내부적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이는 기우(杞憂)가 아니다. 공정거래법 분야에서 손 꼽히는 S로펌 관계자는 “일이 너무 많아 우리 로펌 소속 공정거래법 변호사들이 매일 같이 날을 새다시피 사건에 매달리고 있다. 어디서 데려올 수만 있다면 변호사를 데려오고 싶다. 지금은 외부 인력까지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때릴 수 있는 공정위에서 실무 경험까지 겸비한 변호사라면 욕심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위 출신 변호사에 대해 강한 ‘호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공정위 변호사들은 보통 행시 특채로 채용돼 공무원으로서 정년을 보장 받는다. 그러나 정년을 마치기보다는 공정위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월등히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로펌 등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심의·의결하는 특수성 때문에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다른 부처와 달리 카르텔국, 시장감시국, 경쟁정책국 등의 이름에서 나타나다시피 기업 관련 업무가 핵심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의 본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조사의 어려움, 비효율, 고비용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공정위 조사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합 협의가 있을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위 첫 현장조사가 얼마나 신속히 이뤄지는지다. 담합의 증거는 조사 당국에서는 포착하기 매우 힘드나 기업 입장에서는 없애기 매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현장조사는 신속히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공정위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조사착수 관련 정보가 흘러 들어가 기업들에게 조사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 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통 첫 담합 현장조사에는 10~20명 정도 나간다. 공정위 조사관이 오송역서 KTX를 탔다는 정보가 기업에 흘러 들어가면 기업들은 순식간에 담합 증거를 없애버릴 것이다. 첫 현장조사서 증거를 못 잡으면 사실상 더 이상의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통 세종시 공정위 사무실에서 오송역까지 30~40분, 오송역서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40~50분, 서울역서 조사업체까지의 도달 시간을 고려하면 못해도 총 2시간이 걸린다.

세종시 이전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도 문제다. 세종시로 이전한 후 공정위 조사관이 하루 동안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왕복 교통비, 식비를 포함한 출장비는 최소 6만원 정도로 현재 통상 2만원의 출장비에 비해 3배가 더 든다.

여기에 현장조사를 할 경우, 한명이 아니라 최소 2명에서 최대 20명까지 조사관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비용은 몇 곱절이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종시서 업체까지 가는 데 거리에 버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정작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등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조사가 며칠씩 계속되면 숙박비도 플러스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외에도 자료 수집, 면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한다. 그때마다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 업체 관계자들과 사무실에서 수시로 만난다.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도 공정위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시간, 비용 등이 몇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시간당 지급해야 하는 높은 변호사 수임료는 이들의 걱정거리 중에 하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공정위 시정조치가 나오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피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더 나아가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공정위 조사의 번거로움이 ‘경제검찰’ 공정위의 기능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세종시로 내려가지 않는 것은 서울에 은행 본사가 대다수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렇게 따지면 공정위도 내려가지 않는 게 옳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 상황에서 기업 조사 관련 부서들이 세종시로 내려가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동의를 표하며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해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 서울사무소 인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정위는 5일 서울사무소 본청과 비슷한 규모의 심판정을 하나 더 설치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심판정은 공정위가 전원회의와 소회의를 열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제재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만간 본청이 세종시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조사대상 기업들이 대다수 서울에 있어 심판정을 서울사무소에 짓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공정위 본청이 세종시로 가더라도 서울에서 공정위 심의의결이 상당 부분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공정위의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업무의 비효율과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이전하기로 결정된 어떤 부처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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