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유미 “‘옥세자’ 홍세나 역, 사실 반대 많았어”

입력 2012-06-0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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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는 ‘천일의 약속’에서 지고지순하고 때 묻지 않은 ‘노향기’ 역으로 연기 진가를 제대로 드러냈다. 확실히 그는 이 드라마 이후 대외적인 노출이 많아졌고, 인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숨겨온 애인이 있다고 밝히며 이별을 통보하는 박지형(김래원)에게 거품을 물고 괴로워하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시청자들에게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악녀로 변신해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속 ‘홍세나’를 연기하고 있는게 아닌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을 정도로 악한 연기를 선보였다. 또 다른 여주인공 박하(한지민)를 이유 없이 미워하고, 모든 것을 손안에 넣고야 말겠다는 과욕을 품고 악행을 이어갔다. 한 시청자는 “‘천일의 약속’의 ‘노향기’ 맞아?”라고 할 정도로 놀라워했다.

‘옥탑방 왕세자’ 속 정유미에게 ‘노향기’ 색깔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 1년 사이에 극과 극의 캐릭터를 달린 그는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연기자로서 시기, 흐름을 따르기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정유미는 ‘홍세나’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아쉬움과 행복 사이에서 휴식답지 못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쉬움이라면 ‘홍세나’를 떠나 보내야하는 점, 행복이라면 ‘홍세나’를 만나길 잘했다는 점이다.

“사실 ‘옥탑방 왕세자’ 시작 전 ‘홍세나’ 역할, 말리는 분들 많았어요. 걱정하고 반대를 좀 하더라고요. 전작과 너무 상반된 캐릭터를 가는 것보다 아직은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더라고요. 하지만 두려움 없이 임했죠.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컸기 때문이에요. 막상 하고 나니 지금은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쪽 대본에 계속해서 변경되는 극본에, 밤샘 촬영에 녹초가 될 때면 ‘끝나고 여행이나 가서 지친 심신을 회복시키고 잠도 푹 자자’ 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오히려 잠이 안와요. 실감이 안 드나 봐요. 아쉬움이 더 커요. (웃음)”

오히려 ‘홍세나’는 정유미의 연기 생활에 있어 열정을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보통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배우들은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떠나고, 심지어 괴로움에 눈물도 흘린다. 하지만 정유미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다. ‘홍세나’를 품에 안고 이 기운을 몰아 또 다른 작품에서 한 층 더 상승된 의욕을 토해낼 기세다.

“‘노향기’ 때도 그랬어요. 보내기가 싫고, 감정을 계속 유지하고 싶더라고요. 오히려 일부러라도 붙잡고 안 보내요. 요즘에는 ‘홍세나’ 인물을 안 보내려고 해요. 보내기가 굉장히 아쉽고 그래요. 이 기운을 유지해 다른 작품을 빨리 만나 연기하고 싶어요. 불이 붙었나 봐요.”

첫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찬사를 이끌어낸 정유미는 외모만 봤을 땐 청순하고 여성스럽다. 사실 ‘홍세나’ 보다 ‘박하’가 더 어울릴 법도 하다. “만약 ‘홍세나’가 아닌 ‘박하’를 맡았더라면?”이란 질문에 그는 내심 그 역할에 욕심이 있었는지 웃음부터 흘러나왔다.

“박하도 굉장히 하고 싶었어요 사실. 전 매일 분에 넘쳐 열 받아 하는 연기만 하는데 지민 언니는 ‘옥세자 3인방’으로 불리는 정석원 최우식 이민호와 아기자기한 상황들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럽더라고요. 그래도 박하는 딱 지민 언니 역할이었어요. 지민 언니가 딱 ‘박하’거든요. 물론 언니 나름에 고충도 있었을 테지만 제가 봤을 때는 너무나 박하와 혼연일체가 돼 있었어요. 그만큼 지민 언니가 박하에 녹아들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어째든 ‘박하’도 했었으면 어땠을까 많이 생각했어요. 이렇게 점점 가지를 쳐나가며 연기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유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지민과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단다. 활달하고 꾸밈없는 모습에 두 사람은 곧바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첫 대본 연습 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이태성 씨는 의상도 완벽하게 갖춰 입고, 메이크업에 머리 손질까지 하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아 연예인이다’라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박유천 씨는 원래 가수이니까 ‘아이돌’ 느낌 났고요. 그런데 (한)지민 언니는 잘 웃고 편한 옷차림으로 와서 그런지 처음부터 너무 친숙하고 편하더라고요. 이후 본격적인 촬영 현장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성격이 너무 잘 맞고 대화가 통했어요. 최근에는 둘이 찍은 환자복 사진? 하하 그 사진이 검색어로 만들어졌더라고요. ‘야 이거 너랑 나랑 찍은 사진 검색어 됐어’ 하고 지민 언니가 검색어를 캡처해서 문자로 보냈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웃음)”

앞서 그는 ‘천일의 약속’으로 SBS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 역시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만큼 수상을 노릴 법도 한데 그는 손사래를 쳤다.

“사실 지금껏 연기대상 시상식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천일의 약속’을 통해 처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했었어요. 너무 좋게 봐주시고 뉴스타상을 주시더라고요. 감사하고 너무나 기뻤죠. 이번에는 글쎄요. 상반기 작품이라 시청자들이 기억해 주실까요?(웃음) 만약 불러주신다면 가는 걸로 만족할까요? 호호호. 아참, 이태성 씨랑 악역 커플상은 어때요? 아직 이런 커플은 없었는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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