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행복의 기준

입력 2012-06-0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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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스포츠문화부장

행복한 기준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돈 많은 것? 건강한 것? 좋은 친구를 가진 것?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것? 장타를 날리는 것? 미모가 뛰어난 것? 등등.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들이다. 가치관에 따라서 물론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 그 자체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니, 잊고 산다.

주말 드라마시간대에 전기가 1시간만 나가보라. 난리가 난다. 그 잘나오던 수돗물이 1~2시간만 끊겨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집집마다 아우성이 터질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가 늘 마시던 공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곁에 있는 것들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고마움을 모른 채 살아간다.

건강을 조금만 들여다보자.

현대인은 건강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관심이상으로 건강에 무관심하다. 특히 대다수 샐러리맨들은 이핑계 저핑계를 대면서 건강에 별로 안좋은 짓은 죄다 골라한다. 줄담배에 폭음까지.

이유는? 아직 건강을 잃지 않은 탓이다. 일상에서는 딱히 아픈 곳이 없으면 된다. 팔, 다리가 부러지거나 큰 상처가 나야 놀란다. 그때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지난 1일 사물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의 골프대회가 열렸다. 2007년 퍼블릭 명문코스 베어크리크CC(경기 포천)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로 6회째다.

선수는 남녀 22명. 시각장애인을 도울 서포터 역시 22명, 11명의 기록원 자원봉사자도 참가했다.

가장 잘 친 시각장애인은 최규일씨로 102타였고, 시각장애인골프협회 임동식 회장은 157타를 기록했다. B2, B3 부문에서 14위로 맨 꼴찌를 한 김문희씨는 161타를 쳤다. 아마도 양파(더블파)이상도 적은 듯하다.

시각장애는 시력, 시야, 광각, 색각 등 시각의 갖가지 기능장애를 총칭한다. 맹(盲)ㆍ실명(失明)은 의학적으로 명암을 판별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B1은 전맹. 빛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준맹인 B3는 약시로 시야가 5도 이상 20도 이하. B2는 그사이다.

블라인드(blind) 골프는 언제 생겼을까. 1924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클린트 러쎌씨가 1924년 타이어 폭발로 실명을 했다. 그가 1925년부터 블라인드 골프를 한 것이 지구상 처음이다. 그는 1930년대 초 18홀에 84타의 기록을 갖고 있다.

혹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재미로, 어떻게 골프를 하지? 하고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골프는 보지 않고도 칠 수 있다(You don’t have to see it, to tee it)’. 미국 시각장애인 골프협회 슬로건이다.

국내에서도 시각장애인 골퍼중에서 고수가 있다.

주인공은 시각장애 1급인 조인찬(59) 황반변성환우회(www.amdnet.co.kr) 회장. 지난해 11월 호주 퍼스의 콜리어파크CC(파72)에서 끝난 국제시각장애골프협회(IBGA)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 첫날 95타, 2라운드에서 98타를 쳐 합계 49오버파 193타로 정상에 올랐다. 그는 2008년 우승 이후 3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안았다. 장애 등급별 우승자를 가리고 전체 등급을 통틀어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통합 챔피언에 오르게 되는데 조 씨는 2008년과 지난해 대회에서 B2 등급으로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조인찬씨는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어느 날 중년에 되어 갑자기 찾아온 황반변성으로 인해 실명한 경우다.

2년간 방구석에 틀어박혀 삶을 포기했던 조인찬씨는 안되겠다 싶어 골프를 시작하며 인생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환우회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실명예방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는 “소원이요? 눈뜨고 볼치는 거죠.”

아마도 시각장애인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눈이 멀쩡하고 팔, 다리가 건강한 것에 감사해야 한다. 평소에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삶을 유지하는 것들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행복해야할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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