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유로존(유로 사용 17국)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네 번째 국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스페인이 9일(현지시간) 국제사회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고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주요 외신들이 8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EU 관리는 “발표는 9일 오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고, 한 독일 정부 관리는 “스페인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거들었다.
통신은 이들의 말을 근거로 유로존 재무장관이 9일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관련 화상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에발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스페인이 지원 요청을 미루면 비용 증대로 연결된다”며 외부 지원을 신청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스페인이 시장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는 가운데 17일 그리스 총선거 결과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한층 더 부추기는 것을 당국이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로 시장에는 받아들여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7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세 단계 강등하면서 이같은 경계심을 한층 부채질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주타바 라만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상황이 다시 긴박해지기 전에 불안 요소를 줄여 두고 싶을 것”이라며 “이번 움직임은 스페인의 상황에 유럽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알리는 예방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제금융 규모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들이 부실을 해결하려면 최소한 400억유로의 현금이 필요하다.
신용평가사 피치와 범유럽 정당연합인 유럽인민당(EPP)을 이끄는 안토니오 로페스 이스투리스는 스페인 은행 지원 비용은 최대 10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페인 은행권의 올해와 내년 손실은 800억~112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유로존의 구제금융이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은행에 자본을 주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독일의 반대를 뒤집지 못했다.
라호이 총리는 EU 회원국 정상과 자국 은행을 지원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회견에서 “스페인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통상의 순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지원을 요청할 지는 스페인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호이 총리는 이달 자국 은행권의 재무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필요한 자금 규모는 알 수 없다며 9일 구제금융 신청설을 부인했다.
IMF는 오는 11일 EFSF 심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