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자동차 전자장치 등 신성장 산업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이나 국가 간의 기술이나 핵심인재 유출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정보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첨단기술을 불법 유출했거나 유출을 기도하다 적발된 건수는 264건에 이르고 피해금액도 줄잡아 350조원에 달한다.
효성은 HVDC와 초고압 변압기 및 차단기에 대한 기술 유출로 약 7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HVDC 기술에 대해 효성이 5년간 기술 및 영업 자료를 축적하며 공을 들여 기술 개발을 진행해온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LS산전은 효성의 기술 유출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반박했다. LS산전 측은 HVDC 기술은 지난 2009년 이미 한국전력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고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기술 유출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흡사 지난 4월 벌어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LG디스플레이 간에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SMD와 LG디스플레이는 나란히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치열간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OLED 기술 유출과 관련, 공방을 벌였다.
경기지방경찰청이 SMD 전 수석연구원이었던 B씨가 삼성의 AMOLED TV 기술을 LG에 빼돌린 혐의를 적발했고, SMD는 피해 규모가 5년간 최소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에 대해 최고 경영진의 성의 있는 사과와 부당 스카우트 인력에 대한 퇴사 조치 등 책임있는 후속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기 까지 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LG와 삼성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력 이동은 불가피하다”며 “경쟁사에서 회사간 인력 이동을 문제삼는다면 우리도 연구원들의 경쟁사 이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0년 2월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 핵심기술이 협력사인 장비업체를 통해 수년간 하이닉스반도체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기술 유출을 주도한 곽씨는 김씨 등 직원과 공모해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제작공정 등을 담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려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겼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은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다. 사건을 주도한 곽씨는 이 업체의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있다가 본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 국가 경제에도 큰 피해= 국내 기업 간 기술 유출 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업체로의 기술 유출은 국가 경제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1년에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표 김모 씨는 수천억원을 들인 삼성전자의‘양문형 냉장고’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 붙잡혔다.
김 씨는 2008, 2009년 고교 후배이자 삼성전자 광주공장 재직 시절 가까이 지낸 유 씨를 통해 핵심 기술 파일 2개(연구개발비 1082억 원),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 전 직원을 통해 파일 118개(연구개발비 3258억 원) 등을 빼냈다. 이들 파일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양문형 냉장고의 설계도면, 상품기획 자료 등 냉장고 제조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자신이 몸담았던 기업과 국가경제가 타격을 입는 데도 ‘한탕주의’의 유혹에 빠져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핵심 기술을 해외 경쟁사에 넘겨주려 한 것은 매국행위”라며 “국익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를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에는 당시로서 최첨단 기술이었던 PDP패널기술이 중국에 유출되기도 했다. 전세계 3개 업체만 보유한 기술로 1조3000억원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같은 해 국내 최대 아연제품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은 수백억원대 첨단 기술이 해외에 유출될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고려아연은 10년에 걸쳐 약 340억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한 TSL공법이 동종업계에 유출됐다면 1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2007년 8월에는 35조원 상당의 손실이 예상되는 국내 최첨단 조선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던 대형 조선회사 전직 기술팀장 등이 검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해당 조선 업체는 수주 물량 감소로 향후 5년 동안 35조원 상당의 손실을 입고, 중국은 한국과의 조선기술 격차를 2∼3년 좁혔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같은해 5월에는 3000억원대의 현대·기아차의 생산 기술이 중국 자동차 업체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2010년까지 예상 손실액은 세계 시장 기준으로 2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