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에 무슨 일이…사우디·이란 기싸움

입력 2012-06-11 10:43 수정 2012-06-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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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최근 유가 하락 주범 지목…17일 총회서 생산 쿼터 변화에 주목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는 14일(현지시간)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기싸움이 예상된다.

최근 유가 하락의 배후로 사우디가 지목되면서 이란 주도로 회원국들이 사우디에 감산 압력을 넣을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직전 총회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상황이다.

OPEC은 작년 12월14일 총회에서 하루 3000만배럴의 원유 생산 쿼터에 합의했다.

이는 2009년부터 하루 2484만배럴로 감축한 지 3년 만에 이뤄진 공식 증산이었다.

WSJ는 OPEC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최근 가파르게 하락하는 유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하면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은 이를 사우디 탓으로 돌리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핵 개발 의혹을 문제삼아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산 원유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

사우디가 공급 부족을 우려해 증산한 것이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OPEC 내 불협화음이 커진 이유라고 분석하고, 다음주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급격한 입장 전환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무하마드 알리 카티비 이란 대표는 “원유 시장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정이 심각한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일부 OPEC 회원국, 특히 사우디의 증산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유세프 유스피 알제리 석유장관은 “OPEC 회원국들은 시장 악화에 대해 우려했다”며 “하루 생산량이 3000만배럴을 넘을 경우 새로운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OPEC이 생산 한도를 6% 가량 초과해 생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 하락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는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우디는 오히려 유가 하락을 조장하고 있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지난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가 적정 수준”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이는 유가 안정을 주도해야할 주요 산유국에서 나온 이례적인 발언이었다는 지적이다.

이후 유가는 꾸준히 하락해 8일에는 배럴당 99.47달러를 기록했다.

올초 128달러에서 30달러 가량 떨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유가 하락이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요 원유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약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에서의 수요 감소도 유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카티비 이란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수요는 지난번 총회 때보다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이란이 어느 정도의 감산을 실시할 지도 유가의 향배를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4월 이란의 원유 수출은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 지정학 자문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그렉 프리디 애널리스트는 “사우디는 이란의 상황을 감안해 현 공급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따라서 OPEC이 이번 총회에서 하루 3000만배럴의 생산량 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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