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 가격 파괴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산차들의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착한 가격의 수입차들이 시장의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국산차보다 날렵한 디자인과 편안한 승차감, 우수한 주행 성능을 지닌 수입차를 사겠다는 의견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국산차 가격 수준의 수입차 모델에 대한 비교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국산차를 사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자, 수입차 시장의 저변 확대에 따른 최근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국산차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수입차는 어떤 것이 있는 지, 또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를 타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 지 알아봤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987년 국내 수입차 시장을 개척한 이후 한동안 수입차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국산차와의 가격 차가 워낙 컸고, 수입차가 지녔던 여러 특징 탓에 일반인들이 쉽게 넘보기 어려운 차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수입차=비싼 차’라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국산차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2000만~3000만원대 중·소형 수입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됐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브랜드가 전체적 시장 확대를 위해 대중적 모델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 한몫을 했다. 젊은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등장한 ‘엔트리 카(생애 첫 구입 차)’가 대표적 사례다.
엔트리 카의 본격적인 등장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5월 한국닛산이 오리지널 박스카 ‘큐브’의 신형 모델을 2190만원이라는 염가(?)에 내놨다. 큐브는 귀여운 디자인의 박스카와 저렴한 가격의 장점을 앞세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부동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던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물리치고 월간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들어서는 도요타 캠리, 크라이슬러 300C 등 다수의 모델이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낮춰 출시됐다. 폭스바겐 골프, 미니 쿠퍼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인기 차들의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들 모델은 2000만~5000만원대의 가격대에서 우수한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단행했다.
수입차의 가격 대중화는 앞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EU FTA 발효에 따른 영향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유럽산 차들의 관세율이 5.6%에서 3.2%로 내려간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브랜드는 지난 1일부터 관세율 인하분을 먼저 반영해 여러 모델의 가격을 내리는 등 선제적 공세를 펼쳤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저변이 확대됐고,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가 갈수록 좁혀지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강화될 것”이라며 “착한 가격을 앞세운 엔트리 카와 대중적 중형차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수입차 시장, 뭐가 잘 나가나=3000만원 미만의 초저가형 수입차는 마이카족 입성을 꿈꾸는 20~30대 청년 층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올들어 초저가형 수입차의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모델 중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은 닛산 큐브다. 지난해 2190만원에 시판됐던 큐브의 가격은 현재 22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큐브는 오리지널 박스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견조한 판매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콜라보레이션 디자인 에디션을 이달 중 판매할 예정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개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모델이다.
10년 만에 한국 시장에 재진입한 프랑스 브랜드 시트로엥도 해치백 DS3를 내세웠다. DS3의 가격은 1.4 모델 기준 2890만원. ‘파리의 여신’이라는 애칭 그대로 프랑스의 예술적 색채와 우아한 곡선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