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이 12일 경제민주화의 근거조항인 헌법 119조와 관련해 “1, 2항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경제는 작동 안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지난 주말 연찬회를 통해 경제질서의 기본원칙이 자유시장에 있음을 천명한 1항을 ‘원칙’으로, 2항인 경제민주화는 ‘보완’으로 내린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김 전 위원은 1987년 마련된 경제민주화 조항의 기안자다.
김 전 위원은 이날 당 싱크탱크인 여의연구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 특강에서 “1항이 본류이고 2항은 부수적인 종속관계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면서 “헌법 1조의 민주공화국이란 말 하나 갖고 민주화가 절대 이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한다고 시장경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로 든 그는 “시장경제를 극대화하면서도 이것이 탐욕으로 연결돼 경제세력이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경제민주화 헌법 조항 삭제 주장을 두고도 “경제세력이 너무 방자해져서 자기네들 귀에 거슬리면 멋대로 이런 말을 한다”면서 “전경련 같은 곳이 쓸 데 없는 짓을 안 했으면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정부 행정관료들에게 맡겨선 되지 않는다”면서 “정치세력이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정치권의 역할을 주문했다.
김 전 위원은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선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과 결부시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한 뒤, “재벌은 기본적으로 해체할 수도, 개혁할 수도 없다”고 재벌개혁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재벌을 때려잡으면 경제가 운영이 되지 않아 결국은 나눠먹을 것도 없어지니 재벌을 살리면서도 통제하기 위해선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의 순환출자 금지 및 출자총액제한제 도입 주장엔 “과거에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 안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이끌고 있는 남경필 의원, 간사인 김세연 의원을 비롯해 이혜훈 최고위원·홍일표·박민식·이상일·강석훈 의원, 구상찬·임해규·손숙미 전 의원 등 30여명의 전·현직 의원이 참석했다.